조계종이 21일 오후 문재인 정부의 종교편향을 주장하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를 열었다. /사진=노유정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계가 문재인 정부의 종교편향을 주장하며 대규모 승려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공직자들이 종교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더 이상 불교폄훼를 좌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계종은 2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 불교왜굑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열었다.
이날 조계사 대웅전 앞에는 3000여개의 플라스틱 의자들이 설치됐다. 전국에서 모여든 승려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웅전을 마주보고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았으나 '거리두기'는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조계사 측은 이날 대회에 전국 주요 사찰 주지 스님들을 비롯해 약 5000명의 승려가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은 이날 대회에서 "정부는 지난 2007년 국립공원입장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문화재관람료를 남겨둠으로써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국립공원 입장료를 없앤 공과를 가져갔고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을 국민적 비난거리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여당의 국회의원이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사찰과 스님을 조롱하는 사태에 이르렀다"며 "'통행세'를 받는 산적 취급을 하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사기꾼 집단으로 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사추종장 도각 스님도 "그릇된 신앙으로 무장한 공직자들이 종교갈등, 종교전쟁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대로 지켜봐야만 하겠나"라며 "우리사회에 공공연히 자행되는 종교차별, 종교편향 사례로 상처받는 불자와 국민이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각 스님은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취임 축복 미사를 드리고 우리 민족의 평화를 교황에 부탁하는 등 특정 종교에 치우친 행보를 해왔다"며 "대통령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공공의 영역에 투영되어 정부와 공공기관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통행세',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발언으로 촉발됐다. 불교계는 정 의원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으나 정 의원은 거부했다. 이후 정 의원을 비롯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송영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사과했으나 조계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계종은 △종교편향·불교왜곡 방지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정 의원의 탈당이나 제명 △종교편향에 대한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계종은 이날 대회에서도 "지금 우리 사회의 공공영역에서 벌어지는 종교차별과 불교폄훼가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이 땅에 종교로 인한 갈등과 대립 사라지고 종교간 화합을 정착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방역지침상 종교행사는 최대 299명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계종이 정부방역지침을 사실상 무시한 채로 대회를 강행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와 경찰은 현장에 인력을 파견해 방역지침 위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들은 현장에 입회한 뒤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해 어떤 행정처분을 내릴지를 논의할 방침이다. 정부 방역지침상 종교시설 행사는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수용인원의 30%, 접종완료자만 참석할 시 수용인원의 70%까지 가능하다.
이번 대회를 두고 불교 내부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10여개 불교계 사회단체들은 지난 17일 연대 성명를 통해 "그동안 방역에 성실하게 협조해온 불교가 대규모 집합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정부 방역방침에도 어긋나며, 그간 고통을 감내해온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불교계 사회단체인 정의평화불교연대가 지난 19~20일 온라인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중간 집계를 보면 승려 918명 중 588명(64.7%)이 승려대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94명(32.3%), 기권은 35명(4%)이었다.
한편, 정 의원은 이날 조계사를 찾아 직접 사과하려 했으나 행사장에 들어서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정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교계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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