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11일(현지시간)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리튬채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 추방으로 호주와 관계가 틀어진 세르비아 정부는 21일 영국·호주계 광산업체인 리오틴토의 세르비아 리튬 채굴 면허를 취소했다. AP뉴시스
세계 랭킹 1위 테니스 선수인 노박 조코비치 추방이 호주 광산업체 리오틴토에 불똥이 튀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세르비아는 환경훼손을 이유로 리오틴토에 내줬던 리튬 채굴권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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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채굴권 취소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조처다.
호주는 앞서 이달 초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입국한 조코비치의 비자를 무효화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조코비치가 백신 미접종 예외 사례를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재판에서 그의 비자를 무효로 한 호주 정부 결정은 불법이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호주가 또 다시 그의 비자를 취소하면서 결국 16일 세르비아로 돌아갔다.
조코비치를 둘러싼 갈등은 엉뚱하게 세계 최대 광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영국·호주계 리오틴토에 불똥이 튀었다.
4월 총선을 앞둔 집권 세력이 자국 선수의 추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국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호주에 뭔가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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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틴토, 배터리 사업에서 밀려나나
조코비치 추방 불똥이 튄 리오틴토는 심각한 사업 차질을 빚게 됐다. 유럽최대 리튬 공급업체가 되겠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리오틴토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인 리튬을 세르비아에서 캐내 세계 10대 리튬 생산업체로 발돋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세르비아의 리오틴토 리튬 광산은 리오틴토가 보유한 유일한 리튬 광산이다. 리오틴토는 2번째 리튬광산을 8억2500만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한지 불과 한 달 만에 채굴권 취소에 직면했다.
최근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금리상승 속에 광산주를 비롯한 자원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리오틴토는 리튬 채굴권 취소 소식에 된서리를 맞았다.
호주 주식시장에서 리오틴토 주가는 21일 장중 낙폭이 5.1%에 이르렀고, 결국 4.1% 급락한 수준으로 장을 마쳤다. 호주 주가지수가 2.3% 하락한 것에 비해 훨씬 큰 낙폭이었다.
런던에서도 리오틴토 주가는 급락했다. 3% 넘게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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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들, 면허취소 압박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아나 바나빅 세르비아 총리는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이 여러 환경단체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바나빅 총리는 2027년부터 생산을 개시할 예정이었던 24억달러짜리 야다 리튬 프로젝트를 멈추라고 환경단체들이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 요구는 조코비치 추방으로 궁지에 몰린 정권에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조코비치 추방으로 앙금이 쌓인 국민 감정을 이용해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코비치 추방이 방아쇠로 작용했을 수는 있지만 채굴권 취소 배경은 뿌리가 깊다.
조코비치 추방 전에도 리오틴토의 리튬채굴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높았다.
지난해 시위대 수천명이 정부의 리오틴토 리튬 채굴권 면허에 반대하며 시위에 나서 도로가 마비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시위대는 리오틴토 철수와, 지역당국이 리오틴토에 내준 토지 사용 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조코비치 추방은 세르비아 정부의 면허취소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 계기였을 뿐이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12월 인스타그램에서 시위대의 '깨끗한 공기' 요구를 지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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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리튬 공급 부족 악화 우려
야다 지역 리튬 광산은 완전가동에 들어가면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가능한 순도의 리튬을 연간 5만8000t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생산량 기준으로 유럽 최대 리튬 광산이 된다.
그러나 세르비아 정부의 면허 취소로 이 같은 기대는 실현 불가능해졌다.
전세계 리튬 공급 부족도 악화할 전망이다.
야다 광산 가동을 전제로 전세계 리튬 부족이 최소 3년은 더 갈 것으로 전망됐던 터라 이보다 더 오랜 기간 전세계가 리튬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기차 생산에 심각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크레딧스위스(CS) 애널리스트 사울 카보니치는 "리튬 공급이 전기차 생산 속도를 결정짓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부족 속에 리튬 가격은 치솟고 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리튬 거래가 시작된 뒤 리튬 가격은 171% 폭등했다. 20일 kg당 38달러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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