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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기업정책 ‘부처간 힘겨루기’... 갈등 중재할 컨트롤타워도 없다 [정권말 부처 이기주의]

해운담합·공공요금 곳곳 엇박자
정권말 靑·국조실도 사실상 방관

대통령 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정부의 정책을 놓고 부처마다 엇박자가 심화되고 있다. 부처 간 갈등이 이어지다 다음 정권으로 해결책 마련이 밀려나는 정책들까지 나오고 있다. 현 정권 말기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할 컨트롤타워의 역량이 떨어져 정책이 표류할수록 국민과 기업들에 고스란히 피해가 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양수산부와의 해운업계 운임담합 건과 관련한 갈등이 2라운드로 넘어갈 태세다. 공정위는 국내외 해운사 23곳에 총 120차례 운임을 담합했다며 과징금으로 962억원을 부과, 양 부처 간 견해차가 봉합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해수부는 국회와 함께 해운법상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소급적용 조항이 포함된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공정위의 제재가 무력화될 수 있다. 제재 이후에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아울러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진통을 겪고 있다. 결국 규제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합의안을 만들었지만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 통과는 물 건너가면서 차기 정부로 바통이 넘어갔다는 평가다.

산업은행과의 책임공방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발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건을 제외하고서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건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꾸준히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예산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갈등의 중심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기재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의 업무중복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기재부 산하기관인 수출입은행이 '보증' 업무 확대를 추진하면서 기존 무역보험공사의 역할을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이슈를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물가와 관련해 유류세 시행, 도시가스·버스요금 등 공공요금 동결 등을 놓고도 엇박자가 나고 있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이 줄줄이 적자를 내고 있는데도 기재부가 물가관리를 위해 일방적인 정책을 찍어내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둘러싸고 기재부와 교육부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기재부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육교부금이 계속 불어나지 않도록 손본다는 입장이지만, 교육부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의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협의회가 최근 기재부와 금융위 등 주관으로 구성됐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만 쏙 빠지는 모양새에도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부처 간 힘겨루기와 밥그릇 챙기기를 정리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유독 현 정권에서 충돌이 잦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청와대나 국무조정실 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