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스트리트] 한강맨션 재건축

[fn스트리트] 한강맨션 재건축
서울 용산구 이촌1동에 자리한 한강맨션 아파트 전경.사진=뉴스1
서울 이촌동(二村洞)의 본래 지명은 이촌동(移村洞)이었다. 한강 주변 모래벌판에 아랫마을이 있었는데 여름철 장마와 홍수를 피해 윗마을로 옮겨야 했기에 한자로 '옮길 이(移)' 자를 썼다. 실제로 동부이촌동과 서부이촌동 두 동네로 나눴지만 지금은 통합돼 이촌1동과 이촌2동이 됐다.

1970년 대한주택공사(LH의 전신)가 지은 한강맨션은 첫 고급 아파트였다. 아파트의 싸구려 이미지를 벗으려고 '맨션'이라는 명칭을 붙여 성공했다. 탤런트 강부자가 1호 계약자였고 고은아, 패티김 등 스타 연예인들이 줄지어 입주했다. 현대건설 정주영 사장이 장동운 주공 총재에게 "아파트 사업 그거 돈이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던 바로 그 아파트다.

육사 8기생 장동운은 미국 군사학교 유학 시절 잡지에서 본 대단지 아파트 사진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했다. 일본 신문광고의 80%를 주택광고가 차지하는 것을 보고 성공을 확신했다. 최초의 중앙집중식 난방, 모델하우스, 아파트 분양제도 도입 기록도 세웠다. 재건축시장에서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함께 대장주로 꼽히는 한강맨션이 GS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2024년 착공하면 24개 동, 660채 규모의 저층 단지가 15개동 지상 35층 1441채 규모의 대규모 고층 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향후 서울시의 층수 규제인 35층 룰이 폐지되면 한강변에 68층짜리 서울 최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도 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인 2013년부터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로 층수를 제한하는 '2030 서울플랜'을 통해 스카이라인을 관리해왔다. 오세훈 시장이 35층 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담은 '2040 서울플랜'은 6월 지방선거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재민의 땅에 세운 한강맨션이 아파트사에 또 한 번의 기록을 세울지 지켜볼 일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