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손잡고 곰 사육 종식 선언, 2026년부터 정부가 인도적 관리
지난해 사육곰 1마리가 탈출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소재 곰 사육농가의 사육장 모습.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026년부터 국내에서 곰 사육이 금지된다. 남은 사육곰은 보호시설로 이송해 정부가 관리한다. 곰 사육 금지와 불법 행위 근절을 담은 특별법도 제정한다.
환경부는 26일 '곰 사육 종식 선언식'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에는 사육곰협회, 동물자유연대·동물권행동 카라·곰보금자리프로젝트·녹색연합 등 4개 시민단체, 구례군, 서천군이 참여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2026년 1월 1일부터 국내에서 곰 사육이 전면 금지된다.
환경부, 구례군, 서천군은 2025년까지 곰 보호시설을 설치하고, 관리 기반을 조성한다. 2026년부터는 곰을 보호시설로 이송해 정부가 관리한다.
농가는 곰을 보호시설로 옮길 때까지 곰을 관리한다. 시민단체는 후원·모금을 통해 곰을 보호시설로 이송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현재 농가들에서 사육하는 곰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반달가슴곰으로, 원래 사육 자체가 금지된 종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기 전부터 웅담 채취 등을 목적으로 곰을 길러온 농가들이 있어 그 농가들에 한해 사육을 제한적으로 허가해준 상황이다.
정부는 사육곰 중성화 조치, 용도변경 한정, 불법 증식 처벌 강화, 새끼곰 보호·관리 사업 등을 추진했지만, 정부가 사유재산인 사육곰에 개입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했다. 지난해 기준 농가 24곳에서 360마리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사회 및 동물단체 등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곰을 웅담 채취를 위해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과 열악한 사육 환경 및 학대 방치 등을 이유로 비판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해왔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8월부터 농가, 시민사회,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곰 사육 종식 방안을 논의한 끝에 12월 종식에 합의했다.
환경부는 "이번 곰 사육 종식 선언은 우리나라 국가 위상에 맞게 국제적 멸종위기종 보호에 책임과 역할을 다하려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과거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악용한다는 오명에서 벗어나 생명 존중과 동물권 보장에 대한 우리나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환경부는 또한 국회와 협의해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
농가에서 전시·관람용 곰을 불법 이용하는 행위도 차단한다. 상습적으로 불법 증식한 경우 가중처벌하고, 불법 증식에 사용된 개체를 몰수하는 규정을 마련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곰 사육 종식 선언은 정부, 농가, 시민사회가 함께 40년간 묵은 사회 문제를 해결한 사례라 더욱 의미가 크다"며 "이번 선언이 종식의 끝이 아닌 시작인 만큼 정부는 농가, 시민사회와 지속 협력해 이행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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