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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분쟁없는 운임정산, 철도서비스 제고 기대

[특별기고] 분쟁없는 운임정산, 철도서비스 제고 기대
최근 '엥겔지수'가 급등하며 우리 삶의 질이 20년 전으로 후퇴했다고 한다. 엥겔지수는 가계 소비지출 중 먹고사는 데 쓴 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가계가 당장 급하지 않은 소비를 줄였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다음을 차지하는 게 교통비로 우리 삶에서 교통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확인했다. 교통(交通)은 출퇴근, 등하교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이동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불편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출퇴근 통행비용 절감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통합요금제 속의 철도연락운임 정산을 살펴봐야 한다. 철도연락운임 정산은 복수의 운송기관 간에 동일한 승객을 연계 운송하는 경우 운임수입을 서로 정산하는 방식이다.

수도권 통합요금제는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의 2004년 통합거리비례제가 경기도, 인천시로 확대돼 발전했다. 하지만 그 핵심인 철도연락운임은 1974년 첫 번째 규칙 마련 이후 여러 차례 수정했음에도 철도 운영기관 간 분쟁의 씨앗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운임 정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국민은 양적·질적 교통서비스 개선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11개 철도 운송기관 수도권 연락운임 정산 협약'을 체결하며 운임 정산규칙과 주기적 정산체계 도입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놓치고 있던 양질의 교통서비스를 받을 국민의 권리를 되찾는, 작지만 의미 있는 첫발자국으로 평가하고 싶다. 대광위의 이번 협약을 통해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철도인 모두가 심사숙고하고 함께 개선해야 할 세 가지 방향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경전철 등 다수 노선이 계획·신설되고 있다. 늘어나는 운영기관의 수익 분쟁에서 국민의 주머니를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이고 유연성 있는 확장 가능한 운임 정산규칙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내가 지불한 요금으로 제공받아야 할 최저 수준의 서비스가 무엇인지 명확해야 하며, 내가 낸 교통요금이 나의 출퇴근길을 쾌적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철도 운영기관마다 서로 다른 철도운영비 항목을 표준화해 철도 운영기관별 운영수지에 대한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통행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정부와 철도 운영기관이 함께 모색해야 한다. 향후 비수도권 메가시티 확대와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2021~2025년)에 포함된 광역철도 건설이 계획돼 있기 때문에 수도권이 직면하고 있는 연락운임 정산 문제는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번 대광위와 11개 철도 운영기관 간 협약이 수도권 철도기관 연락운임 정산의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는 동시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한석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