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후보에 4자토론 제안
4당 실무협상·방송사 협의 착수
李 "빨리 하자" 尹 "상관 없다"
安 "승부 건다" 沈 "정책 경쟁"
安, 대선필승 결의대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오른쪽 첫번째)가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필승 전국결의대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沈, 노동자와 새벽 인사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왼쪽)가 26일 오전 인천 서구 쿠팡 인천4물류센터를 찾아 새벽 퇴근하는 노동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설 연휴 양자 TV토론이 26일 무산됐다. 대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함께하는 4자 TV토론이 이르면 31일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원은 안 후보가 지상파 방송 3사를 상대로 낸 '양자 TV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다자토론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야 대선후보들도 사실상 토론회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각자 토론회를 고리로 지지율 상승을 위한 열공모드에 들어간 모양새다.
다만 여야는 강도높은 네거티브전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있다는 판단아래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쟁점에 대해선 공격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 바쁜 李...표정 관리하는 尹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방송 3사는 여야 4당에 보내온 공문에서 대선 후보 합동 초청 토론회를 오는 31일 또는 2월 3일 열자고 제안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한 룰미팅 일자로 28일을 제시하며, 오는 27일까지 토론 출연 여부와 대체 가능한 날짜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4당은 실무협상 및 방송사와의 협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를 수락하고, 31일을 더 선호한다는 입장을 냈다. 안철수 후보측도 여론의 집중도 등을 감안해 31일 개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이날 양자토론에 반대해 온 안 후보와 심 후보의 손을 들어주자, 여야 4당 모두 관련 입장을 내며 분주히 움직였다. 일단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내놨지만 속내는 달리 비춰졌다.
민주당으로서는 최근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로, 하루라도 빨리 토론회를 통해 윤 후보에 앞서는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었다. 다만 4자토론에도 자신있다는 기조로, 적극 토론회 추진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반면 지지율 상승세인 윤 후보는 양자토론 무산에도 여유가 느껴졌다는 평가다. 윤 후보는 "국민께서 다함께 보실 수 있는 시간에 양자토론을 하길 기대했는데 많이 아쉽다"고 했지만 어떤 형식이든 상관없이 다자토론에도 임하겠다고 했다. '토론의 달인'으로 여겨지는 이 후보가 토론회에 유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왔던 만큼, 양자토론 무산을 내심 반기면서도 표정관리를 하는 모양새다.
■安, 안도의 한숨...沈, 절치부심
자신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자, 안 후보는 우선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안 후보는 "법원의 판결은 한마디로 사필귀정"이라며 "저 안철수를 빼고 두 당의 후보만 토론하겠다는 기득권 양당의 담합, 불공정, 비상식에 국민적 일침이 가해졌다. 기득권 두 당이 힘으로 깔아뭉개려던 공정과 상식을 법원의 판결로 지켜내게 되었다"며 반색했다.
이제 안 후보는 4자토론에 승부수를 걸어, 지지율 마의 벽 17%를 뚫겠다는 각오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 다양한 '우클릭 정책'을 내놓은 것도 정책이슈를 던지며 다른 후보들과 정책 경쟁을 벌이고 중도와 보수층 지지세를 확산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심 후보는 지지율 정체로 한 차례 잠행에 들어갔던 만큼, 막판 지지율 확보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에게 조차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뒤쳐지면서 선대위 해체와 슬림화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쉽사리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자토론의 가능성이 추가되면서, 토론에 자신감이 있는 심 후보가 다시 정책경쟁에 최대 역량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당에선 자당만의 색깔이 확실한 정책 제시와 양당 후보 공세를 통해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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