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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단숨에 시총 2위 올라선 LG엔솔

K배터리 기대감 반영
초격차기술력이 관건

[fn사설] 단숨에 시총 2위 올라선 LG엔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가 상장 기념 북을 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에 상장된 27일 단숨에 시가총액 2위로 올라섰다. 거래 첫날 약세를 보이긴 했으나 시총은 118조원대를 기록하며 2위 SK하이닉스를 가뿐히 제쳤다. LG엔솔보다 시총이 큰 기업은 425조원대의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이로써 코스피 최상단에 반도체와 배터리 업체가 1, 2위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LG엔솔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성장 기대감에서 나온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심장에 해당한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최근 외신은 지난해 12월 유럽 18개국 신차 판매량(월간 기준)에서 순수 배터리 전기차가 사상 처음 디젤 경유차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이는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이미 주류로 올라섰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들은 북미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 위치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58%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은 44%, 유럽은 54%로 예측된다. LG엔솔은 최근 미국 1위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와 3조원을 들여 제3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제3 공장은 올해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권영수 부회장은 "미래 전기차 수백만대를 탄생시키는 관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2, 3위 배터리 업체인 SK온, 삼성SDI도 미국 시장 공략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포드와 배터리 합작사를 세워 잇따라 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삼성SDI도 지난해 말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오는 2025년까지 새로 가동될 미국 배터리 공장 13곳 중 10곳이 한국 배터리 3사 투자인 것으로 집계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업체와 공조가 필수라는 점에서 현지 진출이 불가피하다. 미·중 패권 다툼이 격렬해지는 시기에 한국 배터리 업체와 미국 자동차 업계의 결속력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핵심기술 분야에서 대중 협력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우리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세계가 한국산 배터리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기술과 혁신력 때문이다. 현재 시장점유율 1위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CATL이다. 이어 LG엔솔이 2위, SK온은 5위, 삼성SDI는 6위다. 하지만 기술력에선 CATL보다 우리 업체가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자동차 회사의 러브콜은 단순히 정치적 배경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5·5·5 공약'을 내놨다.
초격차 과학기술 5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을 5개 이상 만들면 세계 5대 강국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LG엔솔은 코스피 시총 1·2위 붙박이이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반도체·배터리에 이어 바이오 등 다른 분야에서도 초격차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쏟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