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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 줄었다… '비대면 설날' 즐기는 2030

코로나 시대 귀성 기피 확산
취업·결혼·명절 음식준비 등
가족 간 갈등 피할 수 있어
모임 대신 휴식 선호 증가

명절 스트레스 줄었다… '비대면 설날' 즐기는 2030

#. 취업준비생 김모씨(34)는 설을 맞이했지만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지 않았다. 김씨는 '코로나19가 심해 이동이 어렵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그는 "집안 어르신들이 '왜 아직도 취업을 못했냐'고 타박한다"며 "내가 30대가 돼서도 일을 못구한 사람을 봐도 똑같이 말할 거 같지만 스트레스가 심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명대로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반기는 웃지 못할 일이 있다. 취업, 결혼, 명절 음식준비 등 명절 스트레스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다. 매년 반복 되는 '명절 포비아'에 전문가들은 세대 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절 스트레스 폭증

2일 파이낸셜뉴스가 의뢰하고 HR테크 전문기업 인크루트가 회원 10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절증후군을 겪었다는 응답자는 832명으로 82%를 차지했다.

명절증후군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복수응답) 가족·세대간 대화로 인한 갈등, 즉 정신적 스트레스가 5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명절 음식준비가 35.5%, 명절 선물 및 세뱃돈 준비 30.6%, 장거리 운전 23.0%, 명절 음식 과식 16.0%, 장기 연휴를 보내는 것 8.2%, 귀향하지 못한 것 5.6% 순으로 나타났다.

명절 귀성 기피 현상은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다. 김모씨(38)는 "자취집에서 본가까지 1시간 거리지만 명절때 가지 않기로 했다"며 "가뜩이나 결혼 문제로 스트레스인데 화만 난채로 돌아오기 일쑤다"고 말했다.

설 차례상 상차림의 공포에서 벗어난 며느리들도 크게 반기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추석특집' 조사에서 시민 절반 이상(53.3%)이 명절 때 겪는 성차별 사례 1위로 여성에게만 상차림 등을 시키는 '가사 분담'을 꼽았다. 결혼 3년차인 윤모씨(35)는 "시어머니와 갈등이 심각해 서로 보지 않는 게 편하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귀경객 지속적 감소

설 연휴 기간 동안 귀성보다 휴식을 택한 이들도 있다.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설 연휴인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호텔에 2박 이상 묵는 연박 상품 예약 건수는 지난해 대비 11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가족 모임 대신 호캉스를 즐기기로 한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향을 찾은 귀성객은 매년 줄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설 연휴 기간 고속도로 이동 인원은 2019년 4269만명(연휴 7일)에서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3251만명(연휴 5일), 2년 차인 2021년 2043만명(연휴 5일)까지 급격히 줄어들어들었다.
올해는 풍선효과로 지난해 보다 늘어난 2877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평년 대비 저조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갈등을 막기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규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을 앞두고 가족이나 친지 간에 오고 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화를 마치 리허설 하듯이 연습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가족, 친지 간에 정을 돈독히 하는 설 명절의 취지를 더욱 살릴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