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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폐쇄 루프 가동된 경기장·훈련장·미디어센터…"축제의 장 아닌 통제의 장"

[현장르포] 베이징은 지금
기존 베이징 머무르던 사람과
올림픽發 입국자 접촉 차단
왕푸징 거리는 인파 붐비지만
근교 유명관광지는 발길 끊겨
올림픽·방역 '성공'위해 몸부림

[베이징올림픽] 폐쇄 루프 가동된 경기장·훈련장·미디어센터…"축제의 장 아닌 통제의 장"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중국 베이징 미디어센터 앞에서 한 시민이 '폐쇄 루프' 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에도 올림픽은 멈추지 않는다. '안전 올림픽'을 표방하는 중국의 도전이 막을 올린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이 4일 오후 8시(현지시간) 개회식을 갖고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는 3일 베이징 내 주요 쇼핑거리와 관광지 풍경은 엇갈렸다. 경기둔화 우려에 소비 활성화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고민이 생활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개막식 장소 주변 도로들도 이날부터 통제에 들어갔다.

개막식 하루 전인 이날 오후. 10m가 넘는 왕푸징 중앙대로 안쪽 거리는 인파로 가득했다. 이 중앙대로를 사이에 두고 명품부터 기념품을 파는 상점까지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왕푸징은 베이징의 명동이다.

초입에 위치한 베이징동계올림픽 기념품 판매점도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올림픽 기념주화나 의류 등 고가상품보다는 열쇠고리나 인형 등 저가상품에 사람들이 주로 몰렸다. 다만 올림픽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춘제 기간 가족과 휴일 한때를 보내기 위한 발걸음이 많아 보였다. 올림픽 마스코트인 '빙둔둔'을 구매한 천모씨는 "고향에 갈 수 없어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러 외출했다"며 "그래도 올림픽이니 딸아이를 위한 기념품을 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개막식 카운트다운 시계탑 앞이나 동계올림픽 기념 조형물 앞에도 휴대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이 이어졌다. 대형 백화점 내부상황도 비슷했다. 1층 고급 화장품 판매점부터 손님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둔화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내수 확대전략을 통한 안정적 경제발전'을 경제정책 기조로 정하고 그 핵심에 소비활성화를 두고 있다.

반면 하루 전에 찾은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은 유명 관광지라는 칭호가 무색할 만큼 관광객 수가 줄었다. 베이징 근교에 위치한 이곳은 북방 민속건물 형태를 간직한 휴양지이지만 먹거리 골목은 을씨년스러웠다. 야경으로 소문난 쓰마타이 장성 역시 텅 빈 케이블카만 산을 오르내렸다. 가이드 궈모씨는 관광객이 너무 없는 것 같다는 말에 "아무래도 코로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면서 "룽칭샤(베이징 북동쪽 협곡) 빙등축제는 관광객이 제법 찾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개막식이 열리는 베이징 국립경기장을 비롯해 올림픽공원 등에 대한 통제를 이날부터 본격 실시했다. 올림픽 모든 경기장과 선수단·미디어 숙소, 미디어센터에는 이미 폐쇄 루프(외부접촉 차단)가 가동되고 있다. 이들 시설에는 중국경찰 공안이 배치됐고 여기저기 높은 담장이 설치됐다. 외부인은 엄격한 통제 아래서 제한된 곳만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러다 보니 올림픽 때마다 관용구처럼 사용되는 '축제의 장'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성화봉송과 개막식도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간소화됐다. 코로나19와 추운 날씨 등을 고려해서다. 개막식 규모는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과 비교하면 대폭 축소됐다. 14년 전 4시간에 육박했던 개막식 시간은 100분으로 줄었다. 공연 참가인원도 하계올림픽의 5분의 1가량인 약 3000명에 불과하다.


벌써부터 코로나에 확진되는 선수도 속출하고 있다. 평창에서 팀킴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스웨덴 여자컬링 대표팀의 소피아 마베리스는 중국으로 향하기 전 양성반응을 보였고, 미국 개회식 기수로 낙점됐던 봅슬레이의 엘라나 메이어스는 베이징 입성 후 이틀 만에 확진판정을 받아 격리됐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가운데 코로나 시대에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이 마침내 개막을 앞두고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