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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르포 - '인내'만을 요구한 초강력 통제, 철통 방역은 없었다

- 2차례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결과서 요구해놓고도 확인 제대로 없어
- 담배, 셀카봉 등 위험 물건 검색·압수 뒤에도 곳곳서 흡연
- 폐쇄루프 내 취재진과 접근해도 제지 없어....개막식 후 노마스크 등 통제 전무

[베이징올림픽]르포 - '인내'만을 요구한 초강력 통제, 철통 방역은 없었다
4일 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이 끝난 후 관람객들이 국가체육장 주변에 설치된 보안 검색대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통제와 검색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안면 인식도 등장했다. 위험 물건이라며 압수도 있었다. 자칫 입장할 수 없다는 농담 섞인 위협도 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장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하지만 중국이 그토록 자랑하는 철통 방역은 없었다. 안전도 곳곳에서 구멍이 드러났다. 초강력 통제는 오로지 줄기차게 ‘인내’만을 요구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 관람 초청을 받은 4일 오전 11시30분. 베이징 창안가 미디어센터 앞에는 붉은 색 버스 10여대가 줄지어 특파원들을 기다렸다.

정부 관계자들은 버스 탑승 전 사전에 공지한 2번의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 결과서와 건강 확인 앱인 젠캉바오의 녹색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노란색이나 붉은색이면 버스에 탈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일부 특파원들은 2번의 PCR 검사 음성결과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당초 중국 정부는 48시간과 24시간 전에 PCR 검사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검사 최적의 시점을 놓고 당초 오전에서 오후로 변경하는 바람에 탑승 시간까지 결과서가 나오지 않은 특파원들도 일부 있었다.

[베이징올림픽]르포 - '인내'만을 요구한 초강력 통제, 철통 방역은 없었다
4일 오후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 관람객들이 갈아타는 버스들이 베이징 차오양공원에 주차돼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관계자들은 “개막식 입장 전까지 음성 결과서가 없으면 되돌아와야 할 수도 있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개막식이 끝날 때까지 다시 음성 결과서를 요구하는 중국 측 관계자는 없었다.

물론 코로나19 백신 최소 2차례 접종과 14일 이내 베이징 외부 이동 금지 등의 다른 전제 조건도 만족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다만 베이징 내에서도 확진자가 다수 나오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철통’이라고 부르긴 다소 부족해 보였다.

특파원들을 태운 버스는 곧바로 개막식이 열리는 국가체육장(국립경기장)로 향하지 않고 차오양 공원에 주차했다. 여기서 소지품 검사와 신분증 확인, 체온 검사를 거쳐야 한다. 검색대를 통과하면 기존 차량과 다른 하얀색 버스로 바꿔 타야 한다.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검색대에선 핫팩, (전자)담배, 라이터, 셀카봉, 보온물통 등도 걸러냈다. 위험 물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관람객은 고가의 물건이라고 항의했지만 “불가”라는 답변만 반복해 되돌아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막식 선언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조치다. 다만 반입금지는 사실상 압수였다. 개막식 후 되찾을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베이징올림픽]르포 - '인내'만을 요구한 초강력 통제, 철통 방역은 없었다
4일 오후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을 관람하기 위해 버스에서 대기 중인 특파원들. 사진=정지우 특파원

그러나 검색대를 거친 뒤 주차장에서 중국인 여러 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개막식이 끝난 뒤에도 국가체육장 문을 나서자마자, 담배를 입에 무는 이들도 다수 나왔다. 지척에 보안요원이 있었지만 제지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검색은 선별적 혹은 표면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특파원들은 주차장에서 1시간가량 대기했다. 여기서 간단한 식사도 이뤄졌다. 하지만 장소는 버스 안이다. 40인승 버스 안은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미국 등 특파원들이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식음료를 섭취했으며 대화도 나눴다. 누구라도 몸이 불편하면 전체에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가능했다. 주차장에는 이런 버스가 120여대 가량 세워져 있다. 버스 앞 팻말에는 시위원회 교사위원회, 시위원회 통일선전부 등이 적혀 있었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버스는 국가체육장에서 4~5km 떨어진 올림픽공원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개막식장까지는 걸어가야 했다. 이유를 묻자, 관계자는 “개막식장 주변은 많은 버스를 한꺼번에 주차할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베이징올림픽]르포 - '인내'만을 요구한 초강력 통제, 철통 방역은 없었다
4일 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국가체육장 내 폐쇄루프 안의 취재진. 사진=정지우 특파원

국가체육장 내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의식한 듯 앞뒤좌우 좌석은 모두 비워둔 상태였다. 특파원들은 2층으로 배정됐다. 1층 뒤편에는 올림픽 취재를 위해 입국한 기자들이 자리했다. 이른바 폐쇄루프(접촉 차단)가 적용된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과 구분 짓는 수단은 허리 높이의 흰색 펜스 밖에 없었다. 대화나 접촉이 충분히 가능한 거리였다. 펜스에 붙어 선 채로 휴대폰 카메라 촬영을 계속 해봤지만 제지하는 보안 요원들은 없었다. 펜스 안의 일부 서방국가 올림픽 취재 기자들은 개막식장 안에서 라면을 서로에서 나눠주며 먹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개막식 전날까지 폐쇄루프 안 PCR검사에서 발견된 누적 확진사례는 308건이다.

개막식 이후엔 아예 방역이 사라졌다.
사회적 거리는커녕 관람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안면인식 검색대 등에선 병목현상도 벌어졌다. 마스크를 벗어도 막아서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대학생으로 보이는 자원봉사자들은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손을 흔들며 새해 인사를 건네거나 잘 가라 혹은 수고했다는 말을 전했다.

[베이징올림픽]르포 - '인내'만을 요구한 초강력 통제, 철통 방역은 없었다
4일 오후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장 진입 통로 곳곳에 설치된 안면인식 검식대. 사진=정지우 특파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