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 결혼하려면 집, 차, 안정된 직업, 지참금. 금반지·목걸이·팔찌 준비해야
지난 5일 중국 장쑤성 쉬저우의 현급시인 피저우시 다리 밑 공터에 마련된 소개팅 장소에서 한 여성이 종이에 적힌 글을 읽고 있다. 중국 매체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여성 5명이 나오는 중국 소개팅에 남성이 100명이 몰렸다. 남성들은 여성과 대화를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화제가 되자, 지방당국은 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7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 장쑤성 쉬저우의 현급시인 피저우시 한 다리 밑 공터에 소개팅 자리가 마련됐다.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한 여성이 종이에 적힌 글을 읽고 있다. 주변에는 남녀들이 몰려 한 곳을 바라보는 상황이다.
중국 매체는 이 소개팅에서 여성은 5명에 불과하고 남성이 100명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또 줄을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에 나온 다수 여성은 소개팅 참가자가 아니라 남성의 부모 등으로 추정됐다.
지방 당국까지 나섰다. 피저우시는 인터넷에서 소개팅이 주목받은 후 “결혼 적령기 남녀 비율 불균형이 발생해 결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시대가 바뀌면서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젊은 층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결혼은 이미 고착화된 사회 문제다. 오랜 한 자녀 정책과 남존여비 전통 때문에 여성 100명당 남성 수가 114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다 농촌지역은 여성들의 도시 이전으로 남초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 5일 중국 장쑤성 쉬저우의 현급시인 피저우시 한 다리 밑 공터에 남성들이 소개팅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매체 캡쳐.
미혼 여성들의 요구 조건이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매체는 미혼 남성 말을 빌려 “여성은 기본적으로 남성에게 차와 집, 안정적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결혼 예물은 16만위안(약 300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위안(7500만원)까지 달하고 금목걸이, 금반지, 금팔찌 등 ‘3금’도 요구한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 지방정부가 농촌 총각의 결혼 난을 타개하기 위해 여성을 고향에 머무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작년 초에는 중국 연구소의 한 고위 간부가 도시 미혼 여성을 농촌으로 집단 이주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해 비판 받았다.
현실을 무시한 대책이라는 질책이다.
이로 인해 춘제(중국의 설) 등 명절 때 고향을 찾는 미혼 자녀들에게 수십건의 소개팅을 주선하는 등 결혼시키기 프로젝트에 돌입하는 부모의 사례가 수시로 보도되기도 한다.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지난해 ‘2021~2030년 반 인신매매 행동계획’ 관련 통지에서 “중국의 성비가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인신매매 방지 대책 중 하나로 자국의 높은 성비 불균형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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