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일부 주민들 반발 집단행동
일방적 행정..정부 지자체 비판
"아이들이 이슬람 문화 배운다"고 주장
"어떤 사상을 가진지 모른다"등 막말도
아프간 특별기여자 29명과 가족 등 157명 7일 도착
현대중 엔진사업부 협력업체 채용
현대중, 기숙사 시설에 거주지 마련해줘
7일 오전 울산 동구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기여자들이 현대중공업 측에서 마련한 사택으로 들어서자 자원봉사자들이 환영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특별기여자 157명이 취업와 정착생활을 위해 7일 울산에 도착한 가운데 일부 지역주민들이 아파트값 하락과 학습권침해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 현대중공업 부족한 인력난 해소
울산시와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 12개 협력업체에 취업된 아프간 특별기여자 29명은 가족들과 함께 이날 오전 울산시 동구에 도착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늘어난 선박수주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난을 겪고 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이 제공한 사택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향후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울산시 동구청 및 교육청,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등이 협력해 지역사회 정착과 자립을 위한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들이 동구에 정착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지난 주말부터 일부 지역주민들이 정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별기여자들이 생활하게 되는 사택은 예전 기숙사로 사용됐던 시설이다. 주변 지역은 현대중공업이 인근에 있고 대학병원 및 백화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인접한 곳이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울산시청 시민제안 게시판 등에 "사전 협의도 없이 갑자기 한꺼번에 150명이 넘은 이슬람이 정착한다는 소식을 접해야 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아프간에서 어떤 기여를 했는지도 모르고,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알려진 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집단이주시켰다"며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이들의 집단 정착으로 집값 하락이 우려된다며 이들의 분산수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 초등학교 입학도 전에 부모들 반발
특별기여자 자녀중 초등학생 25명, 중학생 17명,고등학생 22명의 지역학교 입학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왔다.
지난 6일에는 20명의 학부모들은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며 울산 동구 서부동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7일 오전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실내체육관에서 아프간특별기여자들이 울산 현대중공업 취업 환송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러한 주장과 찬반논란은 울산시청 게시판 외에도 SNS 등을 통해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뚜렷한 입장이 없다. 시 관계자는 "중앙 정부와 기업간 협의된 상황으로, 현대중공업이 이들을 채용하고 거주지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다문화가정 지원 등의 정해진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교육청에서도 아프간인 자녀들의 입학이 정해진 학교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학습권은 보장돼야 할 권리인만큼 정착 지역에 따라 학교를 배정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울산 동구는 예전부터 글로벌 도시
논란이 확산되자 일부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부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짓정보 등으로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 지역단체 관계자는 "울산 동구는 오래전부터 현대중공업과 관련해 외국인 선주와 기술자 그리고 그 가족들이 장기간 생활해 온 글로벌 도시였고 외국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비교적 적은 지역"이라며 "이번에 정착하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29명도 현재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과 다를바 없다"고 말했다.
또 주민 한모씨(48)는 "탈레반의 위협을 무릅쓰고 우리나라와 미국을 위해 활동한 이들을 아파트 값 떨어진다며 반대하는 것은 천박한 생각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은 20년간의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 간의 내전을 겪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8월 탈레반의 수도 카불 정렴과 미군 철수 등으로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 391명을 ‘미라클 작전’을 통해 ‘특별기여자’의 자격으로 구조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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