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딜러망 운영으로 실패 경험
계약~결제 전과정 온라인서 추진
자국車 충성도 높은 점 최대변수
장재훈 사장 "도전해야 할 시장"
넥쏘·아이오닉5 7월부터 인도
8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열린 현대차 기자발표회에서 우라베 다카오 현대 모빌리티 재팬 R&D센터 디자인팀장, 가토 시게아키 승용차사업실장, 사토 겐 상품기획 담당(왼쪽부터)이 아이오닉 5(왼쪽차), 넥쏘 옆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파이낸셜뉴스 서울·도쿄=김병덕 기자 조은효 특파원】 현대자동차가 친환경차량을 전면에 내세워 전기차 점유율 1%에 그치고 있는 일본 자동차 시장 재공략에 나선다. 현대차는 내연기관차량 판매부진으로 일본에서 12년 전에 철수한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배출가스 제로의 무공해차(ZEV), 100% 온라인 판매, 카셰어링 등의 새 플랫폼을 장착해 일본 재진출에 나선다. 현재 일본차는 전기차(EV) 분야에 대한 기술잠재력은 높으나,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시장에 일시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 등지에서 전기차 분야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상황. 일본차라면 가히 절대적 지지를 보내온 일본 소비자들이 이번엔 현대차의 도전을 받아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이오닉5, 항속거리 도요타 앞질러
8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열린 일본진출 기자발표회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일본 시장은 우리에게 있어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장소인 동시에 도전해야 할 장소"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차례 아픔을 겪은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보다는 연착륙을 우선해 다가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가 12년 만에 들고 나온 새로운 접근법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전기차 넥쏘와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그리고 온라인 판매다. 일본의 친환경차 시장은 하이브리드카를 중심으로 성장해 도요타의 미라이(수소차)와 프리우스(전기차), 닛산 리프(전기차)를 제외하면 내놓을 만한 모델이 없다. 다양한 전기차 모델로 기술력을 축적한 현대차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장인 셈이다.
실제로 일본에 선보이는 아이오닉5는 북미와 유럽에서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명차들의 본산 독일에서도 '올해의 차'에 선정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넥쏘는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수소차 1위 모델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를 달리고 있고 2위 미라이와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온라인 판매도 현대차가 꺼낸 회심의 카드다. 과거 딜러망 구축으로 애로를 겪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계약에서 결제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미 테슬라가 일본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의 길을 터 놓은 만큼 전기차와 수소차에 관심이 높은 일본 소비자들에게도 통할 것이라는 기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아이오닉5와 넥쏘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모델이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만 시키면 충분히 일본 시장에 통한다"면서 "우리나라보다 충전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한국산 차에 대한 인식도 개선됐기 때문에 지금이 일본 시장을 공략할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日 전국시대 예고…중국차까지 가세
최근 일본 자동차 시장은 흡사 '전기차 전국시대 예고편'을 방불케 하고 있다. 소니그룹이 지난달 미국 CES에서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과는 차원이 다른 '소니다운, 즐기는 차량'을 선보이겠다며 전기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소니는 올봄 전기차 사업을 전담할 '소니 모빌리티'를 일본에 설립할 예정이다.
'전기차 지각생'으로 불리는 도요타는 지난해 말 '배터리·전기차 전략 설명회'를 긴급히 열어 올해 출시할 전기차 Bz4X와 15개 종의 전기차 콘셉트카를 일거에 공개했다. 도요타의 특허 등 전기차 관련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나, 한마디로 뜸들이는 시간이 길었다고 볼 수 있다. 도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 총 4조엔(약 4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절반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개발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차들이 최근 '수입차들의 무덤'으로 불린 일본 시장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중국 자동차기업 둥펑기차는 최근 일본 물류 대기업인 SBS홀딩스에 전기차 소형트럭 1만대를 공급했다. 일본차 업계의 전기차 대응이 늦어지자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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