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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감염·확진자 5만명 육박인데…늘어나는 "백신 안 맞겠다"

돌파감염·확진자 5만명 육박인데…늘어나는 "백신 안 맞겠다"
서울 금천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있다. 2021.5.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돌파감염·확진자 5만명 육박인데…늘어나는 "백신 안 맞겠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QR코드 체크를 하고 있다. 2022.1.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구진욱 기자,이비슬 기자 = 직장인 오현선씨(34·가명)는 최근 3차 접종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2차 접종 완료 후 3개월이 지나 오는 25일 부스터샷을 맞을 계획이었지만 '돌파감염'이 잇따르면서 백신 효과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1,2차 때 부정출혈 등 부작용을 겪어 두렵기도 하고, 3차까지 맞아도 코로나19에 감염된다는데 굳이 부스터샷을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완화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만큼, 180일인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끝나기 직전까지 최대한 접종을 미룰 계획이다.

9일 신규 확진자가 5만명에 육박하면서 오씨처럼 방역패스 유효기간을 채울 때까지 접종을 미루거나 아예 부스터샷을 맞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돌파감염돼 위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접종 완료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3차 접종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4만9567명이다. 전날보다 1만3000명 가까이 급증해 4만명대 후반에 달하는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3차 접종자는 누적 2858만7836명으로 인구 대비 3차 접종률은 55.7%(60세 이상 86.5%)에 그친다. 접종 대상자 중 86.0%(18세 이상 95.8%)가 2차 백신을 맞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시민들이 선뜻 3차 접종에 나서지 않는 것은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출산 한달차 임산부 김모씨(27)는 "나를 포함해서 내 주변에 부작용으로 부정출혈이 굉장히 많았는데 임신 중에 그런 위험을 다시 한 번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임신부가 아이를 낳기 위해 병원에 입원할 때, 남편이 보호자로 입원하려면 백신을 맞아도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따로 받아야 한다"면서 "비용도 비급여라 6만원 내외로 비싼데 백신을 맞든 안 맞든 검사를 해야 하면 왜 접종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프리랜서 신모씨(30대)는 "어머니께서 백신 1차를 맞으시고 심장 질환으로 응급실에 실려가셔서 이틀 정도 입원하셨다. 회사 다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백신을 맞아야 하나"고 반문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패스 완화를 예고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셀프 재택치료로 사실상 '각자도생' 방역을 추진하면서 백신 접종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도 부스터샷 기피 움직임에 불을 댕겼다.

공무원 남모씨(29)는 "코로나가 무섭기보다는 백신 패스 때문에 맞았다"면서 "정부가 부작용에 대한 보상도 안 해주는데 심지어 3차까지 맞으라고 한다. 이제 방역도 안 할건데 굳이 백신 추가접종을 맞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박모씨(32)도 "곧 방역패스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하고 백신 휴가도 1·2차때는 문제 없이 썼는데 3차는 다들 토요일에 맞는 분위기라 눈치가 보여 일단 부스터샷 접종을 좀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3차 접종을 후회하는 이들도 있다. 주부 김태화씨(54)는 "지금같이 확진자가 4만명이 나오는 시점에서 백신의 예방효과도 제대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부작용이 더 걱정"이라며 "4차는 안 맞을 예정이다. 어린 자식이 있는 지인은 자식한테 백신 맞게 안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광연씨(31)도 "한두 번의 접종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백신접종을 하게 되니 언제까지 맞아야 하나 피로감이 쌓이는 중"이라며 "3차까지는 의무감으로 접종했지만 4차 접종을 해야 한다고 하면 그때는 진짜 맞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다"고 했다.

기저질환자들의 입장은 더욱 확고하다. 뇌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장모씨(67)는 "내 목숨은 내가 지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맞아라, 왜 안 맞냐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백신이 혈전을 만든다는 내용을 보기도 했고 자연 치유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면서 "백신 접종자나 비접종자나 코로나에 걸리는 확률이 비슷해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는 장혜영(52)는 아낙필락시스 유경험자라 1차 접종도 하지 않았다.
장씨는 "1차 접종할 때 보건소에 문의를 했더니 안 맞는 게 좋겠다고 해 맞지 않았는데 일상생활을 하며 압박감이 컸다"며 "지금은 백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만 접종 금지 대상으로 돼 있는데 다른 알레르기 있는 사람까지 확대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부스터샷이 돌파감염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위중증을 막으려면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의 목표가 감염 자체를 막는 예방이 아니라 입원 및 중환자 발생을 줄이는 걸로 사실상 변경됐다"며 "특히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경우 항체가 많이 떨어지므로 3개월이 지나면 바로 접종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