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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불능 준강간' 형법 조항은 합헌

헌재 "상식으로 이해 가능"

사람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A씨가 형법 299조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2015년 7월 술에 취한 피해자를 성추행 및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확정받은 A씨는 피해자의 '항거불능'을 준강간이나 준강제추행죄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형법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면 헌법소원을 냈다.

형법 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나 추행을 한 자를 준강간과 준강제추행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항거불능' 의미나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수사기관 및 법원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형법 299조의 항거불능 상태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것이 형법 299조의 목적이라고 전제한 뒤 "항거불능의 상태란 가해자가 성적인 침해 행위를 함에 있어 별다른 유형력의 행사가 불필요할 정도로 피해자의 판단·대응·조절 능력이 결여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이어 "정신장애나 의식장애 때문에 성적 행위에 관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심신상실' 상태와 동등하게 평가 가능한 정도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술을 마시고 서로 합의한 채 성관계가 이뤄진 사안에서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돼 준강간죄가 성립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주장했으나, 헌재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해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원치 않는 관계를 거부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