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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에 수명 다한 거리두기…우리도 외국처럼 빗장 모두 열까?

오미크론에 수명 다한 거리두기…우리도 외국처럼 빗장 모두 열까?
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2.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2년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우리나라 방역의 중심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수명을 다해가는 모습이다.

여전히 6인 모임·9시 제한은 유지되고 있지만 오미크론 유행의 확산으로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정부도 이전처럼 확진자를 전부 추적해 실시하는 방식은 포기하는 수순이다.

일각에서는 거리두기·방역패스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정부는 아직 오미크론 변이의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10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만4122명으로 코로나19 유입 후 처음으로 5만명 선을 넘어섰다.

증가 속도는 3주 연속 더블링(2배 증가)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다. 1월 중순부터 반등된 확산세는 목요일 확진자 기준으로 '1월20일 6600명→1월27일 1만4514명→2월3일 2만2906명→2월10일 5만4122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다시 도입한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있지만, 오미크론의 강한 전파력으로 확진자 수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다만 오미크론이 강한 전파력 대비 중증화율·치명률은 낮은 탓에 정부는 방역 대책을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의 방역·행정 인력으로는 늘어나는 확진자와 접촉자를 모두 찾아 방역망을 치는 방역전략을 펴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우리 국민의 2차 접종률은 전국민 86.1%, 성인 기준 95.8%, 3차 접종도 성인 기준 64.8%, 60세 이상 고령층은 86.6%로 비교적 높은 수준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방역망은 다소 헐겁게 펴서 확진자가 늘더라도 중환자·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확진자와 접촉하더라도 접종완료자라면 격리 조치하지 않고, 확진자 및 격리자를 지자체 공무원이 관리하던 GPS기반의 자가격리 앱도 폐지했다. 역학조사도 이제는 확진자가 스스로 기입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방역체계가 변경되자 일각에서는 기존의 거리두기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울산 중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이모씨(59)는 "역학조사와 재택치료는 완화하면서 왜 거리두기는 그대로 유지한 채 연장만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방역 완화가 시작되는 모습이다. 영국은 지난달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백신 패스를 해제했고, 지난 9일(현지시간)에는 확진자의 자가격리 법적 의무도 폐지했다. 미국 뉴욕주도 10일부터 실내 마스크·백신 패스를 해제한다. 덴마크는 코로나19를 '중대질병'에서 제외하고 관련 방역 규제를 모두 해제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랑 같이 식사를 해도 격리를 안하고 있는데, 지금 거리두기는 의미가 없다. 방역 패스도 다른 나라들처럼 재고해야 한다"며 "고령층은 3차 접종을 80% 이상 맞았고, 성인들은 90% 이상 접종을 했다. 건강한 사람은 오미크론에 감염돼도 90%가 무증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조심스럽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치명률이 낮아도 확진자 전체 수가 의료대응 여력을 벗어날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면 중환자·사망 발생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책질의에서 거리두기 완화 요구에 "아직은 확산일로에 있다"며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미 방역 완화를 시작하고 있는 해외 다른 국가들은 일찌감치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자 급증을 겪었고, 현재는 대부분 정점을 찍고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유행 상황은 아직 '정점'이 언제, 어느 수준을 보일지 불확실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월말 13만~17만명의 규모를 정점으로 보고 있지만, 또 다른 방역 전문가들은 3월초 최대 20만명까지도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순영 가톨릭대의대 명예교수는 "오미크론이 급증세로 가고 있는데, 방역을 너무 일찍 풀어버리면 유행의 규모 자체가 너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거리두기와 방역패스 등으로 일부 유행의 규모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는데, 지금 푸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현재 거리두기를 오는 20일까지 예정하고 있다. 이전의 거리두기 조정 과정을 보면 금요일(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거리두기 조정 또는 연장 여부가 결론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음주까지 유지되는데, 이후 상황은 방역패스와 포함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