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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벼운 사이버 명예훼손 처벌… 허위사실·협박도 벌금 [모욕·명예훼손 판치는 인터넷 방송 (上)]

가해자 90%가 벌금형·집유 그쳐
방송 영향력 비해 솜방망이 처벌
전문가 "시대 못 따라가는 판결"

너무 가벼운 사이버 명예훼손 처벌… 허위사실·협박도 벌금 [모욕·명예훼손 판치는 인터넷 방송 (上)]
유튜브 등 인터넷방송·영상을 통한 사이버 모욕·명예훼손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처벌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이 범죄 영향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해자 90%가 벌금형·집행유예

13일 파이낸셜뉴스가 2019~21년 인터넷방송·영상을 통한 모욕·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건 1심 판결문 49개를 조사했다. 그 결과 39건(79.6%)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더하면 44건(89.8%)의 가해자들이 실형을 면했다. 벌금형에서 평균 벌금액은 232만원이었다.

방송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이에 항의한 피해자를 협박하기까지 했는데 벌금형에 그친 가해자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7월 방송 중 피해자 B씨에 대해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전에 만났던 남성들과 연락하고 몰래 술을 먹었다'는 취지로 6회에 걸쳐 허위 사실을 퍼트렸다. 이를 안 B씨가 게시판에 A씨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화가 난 A씨는 "네가 날 XX 만든 거다" 등 불안감을 조성하는 카카오톡 메시지와 전화를 100회에 걸쳐 B씨에게 전송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벌금형(100만원)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며 "이 사건 명예훼손과 협박, 불안감 조성 정도가 가볍지 않고 B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또 벌금형을 선고했다.

가해자가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는 이유 등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도 있다. 서울북부지법은 지난해 9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C씨와 피해자 D씨는 둘 다 인터넷방송 운영자로 C씨는 자신이 지지하던 모 채널과 D씨 사이에 분쟁이 생기자 D씨에게 악감정을 품었다.

C씨는 2020년 5월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D씨가 술자리에서 정치인들 술시중을 들었다'는 취지로 허위 사실을 이야기했다.

재판부는 "C씨는 수사를 피해 휴대폰을 바꾸거나 가명을 쓰는 등의 방법으로 1년간 도주했다"며 "D씨는 이 범죄로 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엄한 처벌을 요구한다"면서도 "C씨는 벌금형 범죄 전력만 있고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태연 변호사(태연법률사무소)는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선고는 낮은 편"이라며 "관련 사건 의뢰인 분들에게 원칙적으로 벌금형이라고, 실형은 상상하기 어려운 확률로 나온다고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언론에 보도된다거나 기자회견이 있는 등 파급효과가 큰 경우에는 실형이 나오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손석희 전 JTBC 뉴스룸 앵커에 대해 허위 사실을 퍼트린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에게 징역 6월이 선고(대법원 확정)된 건과 고 김민식군 부모와 세월호 참사 유족 등에 대해 허위 사실을 반복 적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튜버에게 징역 2년이 선고(항소심에서 1년으로 감형, 확정)된 경우다.

■"벌금형, 과태료 정도로 인식"

전문가들은 인터넷방송·영상 파급력을 고려하면 시대에 뒤처지는 판결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 변호사는 "영상은 기존 악성 댓글·게시글보다 자극적"이라며 "그만큼 이목을 많이 끈다"고 말했다.
그는 "글은 워낙 많고 비공개 카페 등에서 작성되기도 해 검색했을 때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며 "유튜브 영상 같은 경우는 키워드를 잘 입력하면 검색 우위를 차지해 그만큼 파급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벌금형에도 치명적인 공무원 등을 제외하면 크게 개의치 않아 한다"며 "신호위반해 내는 과태료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유튜브 등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하면 양형 기준이라든지 법원 안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