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내용으로 조회수 장사
도넘은 모욕에 극단선택 사례도
국회, 온라인폭력방지법 추진
'악플' '사이버 렉카'(사건·사고를 자극적으로 짜깁기한 콘텐츠) 등에 따른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 수가 수년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는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 6년만에 2.5배 ↑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건 수는 지난 2014년 3702건에서 2020년 9140건으로 2.5배 가까이 늘었다.
김태연 변호사(태연법률사무소)는 "예전에는 연예인 등 유명인 관련 사건이 대부분이었다"며 "지금은 불특정 다수가 지인도 고소하고 모르는 사람도 고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튜브 등 인터넷방송·영상 관련 사건은 더 가파르게 많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 변호사는 "예전에는 누군가를 모욕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경우가 없었다"며 "체감상 6~7년 전보다 10배 넘게 늘어난 것 같고 하루에도 몇 건씩 관련 상담이 접수된다"고 밝혔다.
■문제 콘텐츠 제재 않는 플랫폼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유명인들 사례가 잇따르자 정치권 등에서는 소셜미디어·포털사이트 등 플랫폼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등이 추진하고 있는, 문제적 콘텐츠를 신속하게 삭제하지 않는 플랫폼 사업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온라인폭력방지법'이 대표적이다. 장 의원은 파이낸셜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준인터넷 실명제는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예방-사후조치-피해구제를 종합적으로 담아낸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온라인폭력방지법은 호주·영국 '온라인안전법'을 모델로 삼았다. 호주는 지난 2015년부터 온라인 안전에 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깊이있게 이뤄져 왔다.
장 의원은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인 호주 온라인안전법은 사업자 의무 규정을 명시했는데 이를 준수했는지에 대한 보고서도 제출하게 돼있다"며 "사업자가 삭제 요청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면 사업 중지까지 법원에 요청할 수 있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온라인안전법도 온라인 사업자에게 의무 규정을 부과하고 이것이 사전 예방-삭제-신속한 대응 조치로 이어질 수 있게 하며 위반 시 고위급 책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영국 온라인 안전법은 현재 발의 단계에 머물러있다.
이 밖에도 독일이 '네트워크시행법'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가 '혐오 콘텐츠'를 방조하면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독일 내 이용자가 200만명이 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모욕·명예훼손 등 소지가 있는 콘텐츠가 올라오면 사업자는 24시간 안에 차단해야 한다. 이에 유튜브는 독일에서 접수되는 갖가지 혐오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삭제·차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도 "한국에서는 소셜미디어·포털 등에 올라온 악성 콘텐츠를 삭제하려면 관리자가 나서거나 법원 명령·결정을 받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 책임 강화를 담은 법률안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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