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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임기말 길 잃은 수소경제

[구본영 칼럼] 임기말 길 잃은 수소경제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총체적 난조다. 임기 말에도 탈원전 깃발은 나부끼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등은 주민 수용성이란 벽에 부딪혀 있다. 지난주 여수 해상풍력단지에 반대하는 어민들이 어선 600여척을 끌고 해상시위를 벌였다. 그러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문 정부와 차별화 목록에 '감원전'을 올렸을 법하다.

장기 비전인 2050 탄소중립도 싹수가 안 보인다.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를 창립한 패트릭 무어 박사는 이를 "과학·기술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증명 안된 정치적 목적"이라고 규정했다.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만으로 가능하다는 '세뇌'는 "주식시장으로 치면 '폰지 사기'"라는 혹평이었다.

중기 과제인 수소경제도 길을 잃었다. 지난 3일 4자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그린수소니 블루수소니 하는 전문용어로 수소경제를 홍보했다. 그러나 정작 여당은 수소경제를 현장에서 구현할 재계의 호소에 귀를 막고 있다.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안전관리법) 개정안은 1월 국회에서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3대 패키지가 죄다 꼬였다. 탈원전, 탄소중립에 이어 수소경제까지….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내가 수소차 홍보모델"이라고 자처했다. 현대차 수소차 시승(2018년 2월), 프랑스 파리 수소택시 충전현장 방문(2018년 10월) 등이 그런 행보였다. 재작년 초엔 울산에서 수소경제 시대를 선언했다. 자동차, 조선과 연계해 수소경제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여태껏 산업 현장에선 확실한 결실은 없었다. 지난 연말 제네시스 수소차 연구를 일단 중단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현대차가 부인하긴 했지만, 넘어야 할 경제적·기술적 벽이 높다는 뜻이다. 수소차는 수소를 만들 때도 전기가 필요한 까닭이다. 그래서 충전만 하면 되는 전기차에 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돼 에너지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기차와 수소차 중 어느 게 친환경적인가. 이 논쟁도 진행형이다. 둘 다 운행 중 탄소를 내뿜진 않지만, 에너지원인 전기와 수소를 만들 때엔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까닭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아직 전기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소차의 공회전은 어찌 보면 부차적 사안이다. 수소 생산·운송·활용 등 전체 사이클 중 빙산의 일각이어서다. 수소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수소경제의 핵심이다. 무공해 수소를 여하히 충분히 값싸게 공급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오로지 수소차란 한 가지 활용에만 골몰했다. 물을 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려면 탄소를 배출 않는 원전이나 재생에너지로 전기부터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며 태양광·풍력에 올인했지만, 전력생산 성과는 미미했다.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땜질에 급급할 정도로.

수소경제는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20년 전 던진 화두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큰 진전은 없었다. 수소 생산·활용 과정에서 열역학법칙의 한계를 넘는 기술혁신이 없어서다.
그렇다면 임기 말 정부가 선무당 사람 잡듯 추진해선 곤란하다. 전기차냐 수소차냐의 선택은 기술의 흐름을 잘 아는 기업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전기와 청정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기반 조성이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