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방역 규제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한 시위 참가자가 머리에 캐나다 국기로 감싼 하키 스틱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뉴시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반대하는 캐나다 전역의 시위를 비상조처를 통해 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이 1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백신 의무접종에 반대하는 트럭 시위대는 약 1주일간 가장 번잡한 교역로인 미국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윈저를 잇는 앰버서더 다리를 봉쇄해 양국에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힌 바 있다.
AP는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뤼도 총리가 전국적인 시위에 단호히 대응하기로 하고 비상조처를 동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뤼도는 이날 캐나다 각 지방정부 수반들과 온라인 화상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으며 이날 오후 대국민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지사들이 모두 찬성한 것은 아니다. 최소 2명이 비상조처 발동에 반대했다.
퀘벡주 주지사 프랑수와 르골은 "현 시점에서 비상조처 발동은 사회 분위기에 도움이 안된다"면서 "상당한 압박이 있다. 신중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비상조처 발동이 코로나19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뉜 양극화를 해결하는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반대했다.
앨버타주의 제이슨 케니 주지사도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케니 주지사는 13일 밤 트랙터와 대형 트럭을 모는 시위대가 경찰 차량을 덮친 뒤 도주했다면서 "극도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비록 소수 그룹이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현 시점에서 비상조처를 발동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다. 케니는 "연방정부가 이처럼 강력히 대응하면 더 흥분할 사람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트뤼도는 비상조처 발동을 통해 혼란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트뤼도는 군을 동원하는 것에는 반대해왔다.
시위를 멈추도록 하기 위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강조해왔고, 이 옵션 가운데 하나가 비상조처법을 발효하는 것이다. 비상조처법이 발효되면 정부는 질서 회복을 위해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각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 규제에 반대하는 시위는 트뤼도 정권에 최대 위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비상대권 발동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오타와대의 안보 전문가인 웨슬리 워크 교수는 "이는 트뤼도가 그동안 맞닥뜨린 것 가운데 가장 거대하고, 심각한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법집행 당국은 최근 수주일간 전국적인 시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꺼려왔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찰 인력 부족과 경찰 대응으로 폭력시위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했고, 각 주와 연방 당국은 시위 원인을 놓고 이견을 보여 적극적인 대응이 지연돼 왔다.
워크 교수에 따르면 그러나 비상조처법이 발효되면 연방정부는 오타와 시위를 불법으로 선언하고, 차량 견인 등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킬 수 있다. 또 정부가 연방 경찰인 기마순찰대를 활용해 시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캐나다의 코로나19 규제 반대 시위는 각국으로 번져 유럽은 물론이고, 남반구의 뉴질랜드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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