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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연금 손 본 日… 낸 돈 韓 2배지만 받는 돈은 비슷 [연금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3)]

고령화 닮은꼴 日의 연금개혁
14년간 보험료율 18.3%까지 올려
65세 이상 부부 평균 233만원 받아
아베때 ‘70세 이후 수령’ 개혁 추진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직장인들의 급여에서 매월 나가는 공적연금(국민연금, 후생연금)은 한국(급여의 9%)의 2배인 '18.3%'다. 부담액은 2배인데, 은퇴 후 65세가 돼 받는 돈은 조금 더 많거나 엇비슷하다. 이는 연금 노후화와 고령사회화가 함께 맞물린 문제임을 뜻한다.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한국(14.2%)의 2배인 28.8%(2020년, 3600만명)이다. 이 인구는 2040년이 되면 35.5%(일본 총무성 추계)로 올라간다. 이 수치는 곧 미래 한국의 지표이기도 하다. 20년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국민연금 역시 '더 내는 연금'으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30년간 연금 손 본 日… 낸 돈 韓 2배지만 받는 돈은 비슷 [연금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3)]

■日, 14년간 점진적 인상

일본 직장인들의 연금은 기본적으로 3층 구조다. 1층은 일본에 거주하는 20세 이상이면 모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기초연금)', 2층은 직장 취업과 동시에 가입하는 '후생연금', 마지막 3층은 퇴직연금 등 '개인연금'이다. 이 가운데 1, 2층이 공적연금에 해당한다.

일본 역시 연금 역사가 긴 서구사회와 마찬가지로 돈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나가는 속도가 더 빨라 발생하는 연금 고갈, 연금 노후화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진통이 상당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때인 2004년은 일본 연금사에서 가장 주목한 만한 개혁이 이뤄졌던 시기다. 30년간 진행된 연금개혁 논의가 이때 사실상 일단락됐다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연금개혁에 30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2004년 고이즈미 정권의 연금개혁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점진적 인상이다. 2003년 13.58%였던 국민연금과 합친 후생연금 보험료율은 무려 2017년까지 '14년간' 매년 0.354%씩 인상돼 현재의 18.3%에 이르렀다. 4.72%를 올리는 데 14년이 걸린 것이다.

둘째는 명목 소득대체율을 60%대에서 오는 2040년까지 50%대로 조정하며, 경제상황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거시경제 슬라이드제를 도입한 것이다. 임금·물가가 상승해 연금지급액을 올려야 하는 경우에만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통해 지급액 상승률을 억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국민연금(한국의 기초연금격)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으로 최대 절반을 보조하기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기초연금)은 일본 거주(외국인 포함) 20세 이상이면 매월 누구나 정액 1만6610엔(17만2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다. 이는 취업 후 후생연금과 통합돼 매월 급여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이런 구조하에서 현재 65세 이상으로 연금수급을 개시한 은퇴 부부의 평균 공적연금액은 총 22만4770엔(233만원)이다. 남성이 월 16만4770엔(171만원), 여성 월 6만엔(62만원)이다. 소득대체율은 61.7%다. 일본 정부는 2004년 연금개혁 당시 2040년께 이 수치를 50%까지는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日연금기금, '75세 플랜' 가동

2004년 이후에도 일본 국민에게 연금개혁에 대한 메시지는 주기적으로 주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19년 원칙적으로 65세부터 받는 연금을 월급을 받는 경우 70세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그해 일본 금융청이 노후에 '2000만엔(약 2억원) 부족'이란 보고서를 발표,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보고서 발표 이후 '2000만엔'이라는 구체적 수치에 충격을 받은 일본 국민은 "국가만 믿으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1인당 2000만엔이 부족하니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이냐" "연금이 고갈되는 것 아니냐"며 분노와 불안감을 표시했다. 장래 연금개혁을 위한 충격흡수용 큰 그림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일본 기업들은 지난해 3월부터 법적으로 '70대 고용노력 의무'가 부과됐다. 일본 정부가 현재 65세인 정년을 70세로 강제하는 일도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일본연금기구는 오는 4월부터 공적연금(국민연금, 후생연금) 수급 개시시점을 현행 65세보다 크게 늦춘 '75세 플랜'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상의 지급시점인 65세보다 10년 늦게 연금수급을 개시하면 기다린 만큼 더 많이 주겠다는 것이다. 가령 월 10만3000엔(약 106만원)이라고 하면 10년 늦게 받으면 월 지급액은 18만4000엔(190만원)이 된다. 70대 고령자들이 구직활동에 나서고, 어떻게든 연금개시 시점을 늦추려고 하는 모습들은 한국의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hch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