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취소 요구하며 다투다 끝내 살해
재판부 “불우한 가정사로 행복한 가정에 대한 집착”
“감정조절 어려움으로 공격적 성향..통제했어야”
“자녀들에 원망, 분노 자극 삼가달라” 유족에 당부
장인 앞에서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49)가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혼 문제로 아내와 다투다 홧김에 장검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김동현 부장판사)는 16일 열린 1심 선고기일에 살인,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고인 장모씨(50)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처를 칼로 비참하게 찌르고 살해한 사건”이라며 “범행 현장에 피해자의 아버지, 피고인의 장인어른이 있던 점에서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우한 가정사 때문인지 주변에 인정받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집착이 강했다”며 “성장 환경에 따른 원인 등으로 감정조절 어려움으로 인해 가정 내에서 거친 언어를 쓰며 공격적 성향을 보인적이 많았던 걸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 못하고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2016년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게 돼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에 시달리면서도 억지로 결혼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며 “외도 사실을 인지했을 때 덮고 감추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하고 부부관계가 성숙해지는 계기를 가질 필요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혼할 때 피고인 주변에서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갈등을 완화하는 어떤 도움이나 노력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며 “결정적으로 피고인이 자신의 감정 통제했어야 하는데 그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장씨는 지난 9월 3일 오후 2시께 서울 강서구 소재 한 다세대주택에서 아내를 장검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장씨는 앞서 지난 2016년쯤 아내가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됐고 피해자의 외출과 지출 내역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부부관계가 악화됐다. 이어 지난해 5월께 아내가 가족에게 빌린 돈으로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한 사실을 알고 큰 싸움을 벌이면서 피해자는 자녀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간 뒤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사건 당시 장씨의 집에 소지품을 챙기러 장인과 함께 온 아내와 이혼 문제를 두고 다투던 끝에 장씨는 집에 보관 중이던 장검으로 아내를 살해했다. 범행 이후 장씨는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 측에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10대인 두 딸을 두고 당부를 전했다.
재판부는 "가장 염려하고 걱정하는 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두 딸들”이라며 “아직 나이도 어리고 이제 사춘기를 맞이할텐데 얼마나 놀라고 두렵고 무서울지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나서서 그 딸들에게 피고인에 대한 원망, 분노 감정을 자극하는 건 삼가달라”며 “피고인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자녀들이 성장해서 전후 사정을 알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상처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전문가 상담이나 치유가 수반될 수 있도록 신경 써주시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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