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전문가 2인 인터뷰
새 정부 연금개혁 방법은
김연명 "연금제도 전반에 대해
국민에 정확한 정보 전달 먼저"
김용하 "연금개혁위 만들고
여야·노사정 합의 통해 실행"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은
김연명 "개인·퇴직연금 기능 못해
50∼60대 소득보장 역할 강화"
김용하 "퇴직연금 대상 높이고
연금선택 유인구조 재설계해야"
연금개혁 부진한 이유는
김연명 "경사노위 성과 못내고
코로나사태로 정치적 동력 상실"
김용하 "여야 개혁방향 대립
대통령도 사회합의 도출 소극적"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민주당 선대위)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국민의힘 선대위)
연금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핵심은 국민연금이다. 청년층은 '고갈', 중장년층은 '노후소득부족' 우려가 크다. 여론 주목도도 높다. 대선후보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의한다. 16일 연금개혁 방향을 진보와 보수의 대표적 전문가들에게 들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현 정부 청와대 사회수석을 거쳤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이재명 대선후보 직속 신복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김연명 교수는 연금의 노후소득 보장을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한국재정정책학회장, 한국연금학회장을 역임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연금관련 대선 공약에 관여하고 있다. 김용하 교수는 재정안정화에 방점을 찍었다. 두 전문가는 사견임을 전제로 했다. 서면과 전화로 답변을 받았다.
―소득보장과 재정안정화 중 비중을 더 둬야 할 곳은.
▲김연명 교수=적절한 연금보장을 전제로 재정안정화를 접근해야 한다. 국민연금 보장성은 선진국 중 꼴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근로자 평균임금 대비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평균은 52%이다. 한국은 31.2%인데 실제 가입기간을 감안하면 20% 정도에 불과하다. 2020년 국민연금액 평균이 54만원으로 기초연금 30만원을 합해도 노인 1인가구 최소생활비 117만원에 미달한다. 기초생활비도 안되는 연금의 재정안정화가 이루어진들 그게 국민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둘째는 내수의 핵심 축인 가계소비지출 유지를 위해 소득보장이 중요하다. 저출산으로 주력 소비층인 25~60세 인구는 현재 2800만명에서 2060년 1400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다. 소비 위축으로 내수가 크게 위축될 것이다. 2060년 노인 인구는 1900만명으로 44%를 차지하는데 낮은 연금으로 소비가 안되면 내수 위축은 파국적이다. 셋째는 좋은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적정연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처럼 공적연금이 제 역할을 못하면 개인연금과 기업연금(퇴직연금)이 커지게 된다. 공적연금이 발달한 국가는 사적연금과 기업연금이 큰 나라보다 훨씬 불평등이 덜한 나라이다.
▲김용하 교수=소득보장과 재정안정화는 택일이 아닌 둘 다 중요한 정책목표다. 그러나 재정안정화가 담보되지 않는 소득보장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이 부담가능한 수준에서 소득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은 624조원(2021년 11월 말 기준)임에도 재정안정화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2018년의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 결과 적립기금이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적립기금이 고갈되면 2060년의 국민연금은 현재 소득 대비 9% 수준에서 26.8%로 거의 3배 수준으로 급격히 인상해야 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그것도 합계출산율이 현재와 같이 0.80명대로는 하락할 것으로 가정하지 않은 것이고, 현재의 극심한 초저출산 구조가 계속된다면 연금보험료율은 30% 수준으로 높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보험료율 30% 선은 그 당시 근로세대가 부담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다 할 수 있다.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 연금급여를 현재 수준의 3분의 1로 삭감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노후소득보장이 위협받게 된다. 정부가 국민연금 적자분을 조세로 지원할 수도 있지만 전국민연금하에서는 세금도 보험료와 마찬가지로 그 당시 근로세대가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은 노년부양비가 100%를 넘어서는 나라에서는 적립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선제적 재정안정화를 위한 개혁이 불가피하다.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수급 형평성 해소 방안은.
▲김연명=공무원연금 보험료는 18%로 국민연금의 2배를 내고 퇴직금은 민간인의 39% 수준에 불과하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국민연금과 유사한 수준으로 바뀌었다.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을 적게 내고 적게 받는 국민연금과 단순 비교, 공무원연금을 부도덕한 제도로 몰아가는 것은 난센스다. 공무원의 특수한 사정도 있다. 공무원은 영리활동을 할 수 없고, 근속기간도 길다. 또한 공무원연금은 부패방지 기능도 있다. 두 제도 간의 수급형평성은 공무원연금을 깎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와 급여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야 가능하다. 연금 통합 문제는 정치구호나 '감정'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김용하=지난 2015년의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의 제도 개편으로 수익비 측면에서 직역연금은 국민연금과 유사하게 됐다. 직역연금은 보험료가 국민연금보다 2배 수준으로 높아 18%다. 일반국민의 법정 퇴직금 기능의 일부인 61%를 연금제도에 포함해 설계돼 있어 더 유리하게 보인다. 이에 따라 직역연금에 대한 국고보전액이 계속해 늘어나고 있어 국민들의 불만이 높다. 제도 간 통합 혹은 일원화에 앞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향과 동일하게 직역연금 제도의 재정안정화를 위한 추가적인 제도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기초로 제도 간 보다 완전한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연금개혁을 한다면 벤치마킹해야 할 국가는.
▲김연명=모든 국가에 단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단일한 연금모델은 없다는 것이 지난 20여년간의 국제연금 논쟁의 결론이다. 소위 세계은행 모델을 주창했던 세계은행도 지금은 각 나라의 노동시장, 경제구조,인구구조에 맞는 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맥락 없이 깊이 알지도 못하는 외국 사례를 자꾸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만 부추긴다. 가령 노령화와 연금재정수지에 맞춰 자동으로 보험료 인상과 연금액 인하를 하는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자동안정화 장치는 노령화의 비용을 세대 간에 공평하게 분담하자는 것인데 전제는 적절한 수준의 연금보장이다. 우리나라처럼 연금액이 낮은 경우 이 장치는 땅콩을 어떻게 세대 간에 쪼개 먹을 것인가와 같다. 적어도 감자나 고구마 크기가 되어야 자동안정화 장치를 논의할 의미가 있다.
▲김용하=일본이다.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일본의 공적연금 개혁 이전 원형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만들었다. 일본은 모든 공적연금을 2100년까지 적립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재정안정화 개혁을 완료했다. 공적연금 제도가 하나로 일원화됐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공적연금이 개혁해야 할 과제를 모두 개혁한 나라다. 게다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상황도 유사하다.
―사적연금 활성화도 개혁방향이라고 본다. 묘안은.
▲김연명=사적연금은 이미 포화상태이다. 2016년에 국민들이 사적연금에 납입한 돈이 35조원이고 퇴직연금에 불입한 돈도 35조원이다. 국민연금에 납부한 돈 33조원보다 더 크다. 하지만 개인연금은 해약률이 워낙 높고 퇴직연금은 중도인출이 높아 연금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 사적연금이 제 기능을 하려면 불완전판매 억제,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정보제공 강화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적연금은 어차피 종신연금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지급되기 이전 50대 중반, 60대 초반의 소득절벽 시기에 소득보장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김용하=퇴직연금, 개인연금, 농지연금, 주택연금 등의 노후소득보장에 도움이 되는 각종 연금제도를 종합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퇴직연금의 개혁이 시급하다. 퇴직연금의 가입대상을 단계적으로 더 높이고 연금선택비율이 높아질 수 있도록 유인구조를 재설계하고 적립금의 운용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 개인연금, 농지연금, 주택연금은 제도보다는 국민들이 노후준비를 할 수 있도록 경제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연금개혁을 추진한다면, 선택할 방법론은.
▲김연명=2006년 참여정부에서 행정부 주도로 연금개혁을 했으나 보험료는 인상하지 않고 국민연금을 너무 깎아 현재의 문제를 만들어 놨다. 2015년에는 국회 주도로 여당과 야당이 공무원연금 인하와 국민연금 인상 합의를 만들어냈으나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거부로 사회적 합의가 깨졌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특위에서 논의를 했으나 소득대체율 인상을 전제로 보험료 인상에 동의한 노동계와는 달리 보험료 인상을 거부한 사용자단체의 반대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연금개혁방식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연금제도 전반에 대해 국민들이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김용하=연금개혁은 어떤 나라도 언제나 쉽지 않다. 새 정부 대통령이 연금개혁 의지를 확고히 갖고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론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1단계다. 연금개혁위원회를 통해서 노사정이 그리고 여야가 합의된 안을 만들어 정부와 국회가 이를 실행하면 된다. 물론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노사와 여야가 대립하는 구도하에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연금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높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20대와 30대가 국민연금 보험료만 열심히 납입하고 연금은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많이 가지고 있고 연금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50대 이상 기성세대도 자녀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연금개혁 문제에 진전을 못 본 이유는.
▲김연명=문재인정부는 처음부터 행정부 주도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한 연금개혁을 존중했으며 경사노위의 합의를 기대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뒤이은 코로나 사태로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연금개혁의 정치적 동력이 상실되었다. 자영업자와 실직자가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보험료와 급여수준 조정 논의는 정치의제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금관리체계를 강화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고,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민간전문가위원회를 상설화해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전 2016년 558조원이던 국민연금기금은 2021년 924조원으로 366조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투자수익금은 255조원이다. 전국민 5년치 연금보험료에 해당된다.
▲김용하=정부의 연금개혁 의지가 높지 않았고, 국회도 이를 방치했다.
특히 연금개혁의 방향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소득보장에 방점을 두고 있었고, 야당은 재정안정화를 중시했기 때문에 팽팽한 대립만 계속됐다. 이를 절충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주체인 대통령은 개혁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지난 4년간 허송세월을 한 것이다.
■ 김연명 약력 △1961년생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문재인정부)
■ 김용하 약력 △1961년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한국연금학회장 △한국경제연구학회장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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