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상상속 동물 유니콘. 이마에 뿔이 달렸다. 사진=뉴스1
"몸통은 말과 같으나 사슴의 머리를 갖고 있다. 이마 한복판에 한 개의 뿔이 돋아있는데 그 길이가 2m에 이른다." 고대 로마 저술가 플리니우스가 이렇게 묘사한 동물은 유니콘(Unicorn)이다. 현실엔 없고 상상 속에 존재하는 전설의 뿔 달린 백마. 중세 유럽의 성스러운 그림과 문학에 자주 등장했다. 용맹과 우아함을 두루 상징한다.
유니콘을 기업으로 불러온 이는 미국 벤처투자자 에일린 리였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2003년 이후 10년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6만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창업 10년도 안 된 비상장 스타트업 39개가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에일린은 이 놀라운 기업들을 비현실적인 유니콘으로 명명하고 2013년 언론에 공개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당시 조명받은 기업이다.
유니콘이 성장해 기업가치가 100억달러(12조원)를 넘어선 스타트업을 따로 부르는 용어도 생겨났다. 2015년 블룸버그는 이런 기업들을 뿔이 10개 달린 꿈같은 백마 데카콘(Decacorn)으로 불렀다. 우버, 에어비앤비, 샤오미, 상장 전의 우리 기업 쿠팡 등이 여기에 속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내 유니콘 기업이 지난해만 7개 늘어나 총 18개사가 됐다고 15일 발표했다. 2017년 3개사였던 것에 비해 큰 발전이다. 새로 추가된 기업의 주요 비즈니스는 새벽배송, 온라인 중고거래, 가상자산 등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꾼 불굴의 스타트업으로 볼 수 있다.
유니콘의 진격은 지금 전 세계 트렌드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초 세계 유니콘이 1000개를 넘어섰다. 1년 전(569개) 대비 거의 2배다.
지난달에도 42개 유니콘이 나왔고, 4개의 유니콘이 데카콘으로 올라섰다고 한다. 유니콘은 결국 시장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전환기 발 앞의 각종 규제 장애물이 치워져야 K유니콘이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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