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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연초부터 '부동산 살리기' 가속화, 시진핑 업적 공고화

- 올해 한달 반 동안 부동산 안정화 지원책 40회 발표
- 부동산 기업 부채 만기 상반기 집중 43조원, 상위 100대 기업 매출 작년 7개월 연속 마이너스

中 연초부터 '부동산 살리기' 가속화, 시진핑 업적 공고화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의 고층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신화뉴시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정부가 연초부터 '부동산 살리기' 정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규제의 고삐를 풀기 시작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경제 강국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는 올해 하반기 집권 3기 출범을 앞둔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요 업중 하나로 인식된다.

17일 중국신문망과 차이신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중국 각 정부에서 발표한 부동산 관련 정책은 모두 80차례이며 이 가운데 부동산 안정을 위한 지원책은 40회 육박한다고 중원부동산연구원이 전날 공개했다.

중국신문망은 “올해 초부터 한 달 반 동안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이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시장도 안정적인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무원 직속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이달 초 보장성 임대 주택( 70㎡ 이하의 소형 아파트) 사업에 대한 대출을 은행의 부동산 대출 집중관리 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중국 부동산 전문 연구 플랫폼인 베이커연구원 황후이 선임분석가는 “이 정책은 보장성 임대 주택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면서 여기에 관여하는 주택기업 자금 조달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 정부의 부동산 지원 정책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주택구입 보조금 직접 지급, 주택적립금(근로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고용주가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사회보장제도) 조정, 입주 장벽 하향 조율 등을 꺼내 놨다.

광둥성 후이저우·광저우 자오칭·쓰촨성 루저우·안후이성 허페이·윈난성 쿤밍 등은 올해부터 보조금 주택구입 정책을 시행했다. 보조금 대상은 유능 인력, 농민공, 지역 전입자 등이다. 푸젠성 푸저우·후난성 주저우 등은 적립금 정책을 완화했으며 저장성 자싱 등은 입주 조건의 문턱을 낮췄다.

중원부동산연구원 장다웨이 수석분석가는 “올해는 지난해 4·4분기 기조를 이어가고 개인 모기지 대출 등 신용정책도 안정되면서 부동산 지원책도 빈번히 발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나선 것은 결국 시 주석의 집권 3기 출범과 연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당초 치솟는 집값으로 청년과 서민의 불만이 고조되자, ‘집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며 2020년 하반기를 즈음해 강력한 대출 규제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이는 경기둔화 가속화를 부채질했다. 더 이상 차입할 곳이 없어진 부동산 기업들은 헝다(에버그란데)를 비롯해 줄줄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냈고 이는 전체 경제와 정부에 부담이 됐다. 시 주석이 미국을 뛰어넘는 경제 강국을 천명한 상황에서 경기둔화는 치적을 반감시키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실제 부동산 기업의 부채 만기는 올해 상반기 집중돼 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보고서에서 올해 116개 중국 표본 기업의 채권 만기는 약 2300억 위안(약 43조원)이 될 것이며 3월과 7월에 몰려 있다고 밝혔다. 여기다 해외 달러 채권을 감안하면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 압박은 더욱 늘어난다고 S&P는 분석했다.

차이신은 자체 데이터를 인용, 2021년 하반기부터 상위 100대 부동산 기업 매출은 전년대비 7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3개월 째 35% 이상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부동산 기업의 자금 조달이 1월에 크게 위축됐지만 최근엔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중국신문망은 관측했다. 핑안은행은 조만간 부동산 프로젝트 인수합병(M&A) 대출금 투입에 필요한 자금 50억 위안 채권 발행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초상은행도 M&A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부동산 M&A 대출금 분야 자본 규모는 5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관련 기관들은 집계하고 있다.

부동산 기업의 유동성 문제도 숨통이 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원부동산연구원 데이터에 따르면 이미 16여개 부동산 기업이 600억 위안 이상의 각종 자금조달 대출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책이 당장 부동산 시장에 훈풍을 불게 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광둥성주택정책연구센터 리위쟈 수석연구원은 “모든 정책 지원은 제한적이고 구매·대출제한 등 강력한 규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