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백신 의무접종에 반대하는 트럭 시위대와 지지자들이 캐나다 수도 오타와 도로를 막아선 가운데 18일(현지시간) 도로를 막고 있는 트럭들을 끌어내기 위한 견인트럭들이 경찰의 보호 속에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공화당이 시위와 관련해 인종적인 편견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AP통신이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공화당 핵심 인사들은 주로 백인으로 구성된 캐나다의 코로나19 백신 의무접종 반대 트럭 시위를 열렬히 지지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인들로 주로 구성된 지난해 1월6일 의사당 점거 사태에 대해서도 두둔하는 입장이다.
반면 2020년 경찰의 과잉 검문과 총기사용으로 흑인들이 잇달아 숨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미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는 지금도 폭동이라며 폄하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BLM 시위대를 계속해서 '폭도' '무정부주의자'라며 폄하하는 대신 캐나다 트럭 시위대에는 '상당한 존경'을 표하고 있다.
주로 백인으로 구성된 캐나다 트럭 시위대는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오타와 인근 윈저를 잇는 '앰버서더 다리'를 약 1주일 동안 점거해 물류와 통행을 방해함으로써 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경찰력을 대거 투입한 뒤에야 국경봉쇄가 풀린 바 있다.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핵심 인사들은 트럭 시위대를 찬양하고 있다.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은 캐나다 트럭 시위대를 정당한 목적을 위해 싸우는 '영웅들'이라고 칭송했다.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아예 캐나다 트럭 시위대가 남쪽까지 밀고 내려와 미국 거리를 "가득 채울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미국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폭스뉴스 채널의 진행자 숀 해니티는 트럭 시위대에 "연대와 사랑, 지지를" 보낸다면서 오타와 트럭시위를 해산하려는 캐나다 경찰을 비난했다.
이달초 공화당전당대회(RNC)는 또 경찰관을 포함해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해 1월 6일 의사당 점거 사태를 "정당한 정치적 담론"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트럼프, 크루즈 등과 보수파는 일부 약탈과 혼란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맹비난한 바 있다.
AP는 보수 주류의 이같은 발언들은 대규모 시위에 대한 공화당 지도부의 인종적 이중잣대이자 위선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스턴대 법대의 캐런 피타 루어 교수는 "이는 미국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권리는 불공평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라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수파의 지지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루어 교수는 보수파는 백인·보수파의 권리 운동은 지지하지만 "BLM 시위대가 거리를 장악하면 이는 '폭도들'이며 당신들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AP는 크루즈, 폴 상원의원 측이 BLM 시위대가 폭력적이었던데 반해 캐나다 트럭시위는 평화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경찰은 최근 트럭 시위대 가운데 13명을 체포해 무기와 실탄을 압수했다. 이 가운데 4명은 연방경찰인 기마경찰관을 살해하려 모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크루즈 의원은 지난해 자신의 지역구인 텍사스주에 심각한 한파가 몰아쳐 사망자가 속출하는 와중에 멕시코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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