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 아이디 도용해 공문 결재…구청은 2년 동안 파악 못 해
반납한 38억원 제외하고 주식으로 잃은 69억원은 회수 어려울 듯
115억원 상당 시설건립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진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시설건립자금 1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최형원 부장검사)는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를 받는 강동구청 7급 주무관 김모씨(47)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금 징수·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금 약 115억원을 횡령해 주식투자 용도 등에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각종 전자공문과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강동구청 투자유치과 등에서 근무하며 자원순환센터 건립 자금을 빼돌렸다. 그는 구청 명의 계좌를 관리하며 자신의 개인 계좌로 하루 최대 5억원씩 236회에 걸쳐 공금 115억원을 이체했다. 김씨는 이를 주식투자와 개인채무 변제 등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사용했다.
김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9회에 걸쳐 서울주택도시공사(SH) 측에 발송하는 기금납부 요청 전자공문에 허위내용을 기재하거나 구청 내부 기금 결산 및 성과보고 전자공문에 허위내용을 기재한 뒤 상급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위 공문 등을 결재했다. 횡령범죄를 용이하게 하거나 은폐하기 위해서였다.
구청 측은 “현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A씨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원인자부담금(기금)에 대한 결산처리가 돼 있지 않은 점을 의심, 구 감사담당관에 관련 내용을 제보해 횡령 정황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횡령액 115억원 가운데 38억원은 2020년 5월 김씨가 구청 계좌로 돌려놓아 실제 피해액은 77억원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횡령금을 주식 미수거래에 사용, 투자 시점 대비 주가가 떨어져 횡령금 대부분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미수거래는 주식매입대금 30% 이상 증거금을 내고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제도다. 다만 이틀 뒤인 결제일까지 매입대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 매매’를 하게 된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주가가 미수거래 시점 보다 낮아 손실을 입었다.
검찰 관계자는 “회수되지 않은 범죄수익 약 77억원 환수를 위해 8억원 상당의 김씨 소유 재산에 대해 기소전 추징보전 조치를 했다”며 “잔여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범행 중대성을 고려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게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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