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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출구 초입? 거리두기·방역패스 풀고 '마스크'만 남나

코로나 출구 초입? 거리두기·방역패스 풀고 '마스크'만 남나
4일 서울역 중구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2.2.4/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코로나 출구 초입? 거리두기·방역패스 풀고 '마스크'만 남나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2.2.7/뉴스1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오미크론 대유행을 '코로나19가 풍토병(엔데믹)으로 자리 잡는 초기'라고 평가하며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경우 다시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을 추진하겠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더라도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거리두기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등 방역 규제 완화도 시사했다.

사적 모임과 영업시간 제한 등 타율적 규제를 전폭적으로 줄이고 마스크 쓰기·자주 손 씻기·의심 시 검사받기·아프면 쉬기 등 자율적 수칙 준수만 당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점도 예측하기 힘든데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를 향해 "완화할 고민에 앞서 상황 관리와 재택치료 등 방역 의료 대응 체계 먼저 보완하라"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확진자 연일 10만명…대통령·복지부·질병청 "정점 머지않아"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2일 "현재는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계속 확인하면서 풍토병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고 말했다.

특히 박 반장은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을 두고 "갈 길이 멀지만 '출구'를 찾는 초입에 들어선 셈"이라고 거론했다.

유행의 정점이 지나면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관리해 일상회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최근 풍토병화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번 드러냈다.

앞서 지난 4일에도 정부는 "의료체계 여력, 최종 중증화율, 치명률 등을 평가하면서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1일 수석 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미크론 유행도 정점을 지날 날이 머지않았다.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달라"며 "언제든 유연하게 거리두기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브리핑에서 현 상황을 "정점으로 가고 있는 고비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안정화될 경우 일상 체계로의 방역전략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백신 접종으로 얻는 면역과 감염으로 얻는 자연면역이 늘면 코로나19가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거리두기-방역패스' 순으로 점차 폐지할 듯, 마스크 착용은 계속 강조

정부는 위중증·사망을 최소화하면서 의료체계 여력 내에서 유행을 넘기는 게 방역대책의 중요한 목표라는 입장이다.

박향 반장은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 안정화되면 현재 사회적 조치를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여기에는) 방역패스의 축소나 조정도 포함한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방역패스와 거리두기 중 사회 경제적 피해가 더 큰 조치를 '거리두기'로 지목한 바 있다. 영업의 직접 피해는 비교적 적지만 확산세는 억누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경제·민생 분야나 정부부처에서는 이미 거리두기의 실효성을 지적해왔다. 따라서 거리두기 조치를 먼저 완화한 뒤 방역패스 적용 시설, 범위를 점차 조정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고통이 큰 조치 먼저 축소·폐지하되 스스로 지키는 자율 참여형 방역이 필요할 때"라면서 어떤 조치를 먼저 해제할지는 몰라도 마스크 착용은 최후의 조치라고 입을 모았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뉴스1>에 "정점이 오기까지 도움이 될 정책만 남기는 정리는 필요하다"며 "어떤 정책만 남기고 과감히 풀 수 있을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이 계절 독감과 같아서가 아니라 독감처럼 대응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 자체적·자율적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참여형 방역이 일상적 풍토병화의 첫 단계"라고 진단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유행이 정점을 지나면 거리두기와 방역패스 풀 수 있다. 면역을 확보하려면 한 번은 감염돼야 한다. 마스크 쓰면 무증상으로 지나간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착용은 정부도 자꾸 강조한다"면서 정부의 방역수칙은 점차 줄더라도, 마스크 착용 등 국민의 기본 생활수칙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점도 안 지났는데 "안심하라, 초입이다"는 발언 마땅하냐는 지적도

다만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행의 정점도 안 지났고 확진자는 더 폭증할 텐데 '계절 독감처럼 관리', '출구의 초입'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풍토병처럼 되려면 중환자와 사망자 폭증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의료대응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은 방역완화를 시사할 때가 아니다. 풍토병 언제든 된다. 70만명에 달할 재택치료자 관리 체계부터 보완했으면 좋겠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확진자가 출산을 해야 하고, 뇌졸중을 급히 치료받아야 할 상황 먼저 대비해야 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때 되면 풍토병이 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