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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노동자' 김진숙, 37년만에 명예복직·퇴직 합의

HJ중공업-금속노조 합의...25일 복직·퇴직 행사

'해고노동자' 김진숙, 37년만에 명예복직·퇴직 합의
HJ중공업 유상철 부사장과 HJ중공업 홍문기 대표, 금속노조 심진호 지회장, 금속노조 정홍형 부산양산지부장(왼쪽부터)이 23일 HJ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열린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명예 복직 및 퇴직 합의 서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제공=HJ중공업

[파이낸셜뉴스] HJ중공업과 금속노조는 23일 HJ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노동계의 오랜 숙원과제였던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즉각적인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하고 서명식을 가졌다. 더불어 명예 복직 및 퇴직 행사를 오는 25일 11시 영도조선소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23일 HJ중공업에 따르면 해고노동자 김진숙은 1981년 이 회사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해 1986년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대공분실로 끌려가는 고초를 겪었다. 같은 해 강제적인 부서이동에 반발해 무단결근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 해고됐다. 이에 김진숙은 부당해고임을 주장하며 지난 37년간 법적 소송과 관계기관에 중재 요청 및 복직투쟁을 이어왔다.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와 부산지법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사법부 판결을 근거로, 금속노조는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와 국회환경노동위원회에서 복직을 권고하였다는 점을 들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오랜 기간 복직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갈등을 빚어온 37년간 회사의 주인은 3번이나 바뀌었다. 해고 당시 대한조선공사에서 1989년에 한진중공업으로, 지난 2021년에는 동부건설컨소시엄에 인수돼 HJ중공업으로 새출발을 했다. 그사이 해고자 김진숙은 2020년 만 60세 정년이 되면서 12월 말까지인 복직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법적으로 복직의 길이 막힌 가운데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매각과 사명변경 등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또 시민사회단체의 끈질긴 노력과 김진숙 복직을 위해 투쟁해온 집행부가 재신임되며 복직논의에 완고하던 양측의 입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회사가 사명까지 바꾸고 새출발하는 만큼 새 경영진은 기존의 해묵은 갈등은 털고 노사가 함께 회사의 재도약에 집중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금속노조는 노동운동의 상징성이 큰 해고자 김진숙이 명예롭게 복직해 퇴직할 수 있는 길이 필요했고, 그 시점이 지금이라고 판단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회사는 법률적 자격 유무를 떠나 과거 같이 근무했던 동료이자 근로자가 시대적 아픔을 겪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의 길을 열어주기로 결정하였다"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도 "600일이 넘는 장기투쟁의 결과로 다시는 이러한 해고와 장기투쟁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뢰와 화합의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열어야 할 시점임을 공감한다. 과거와 달리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해준 회사 측에게도 감사하다"며 상호 간 양보와 합의에 이르게 된 배경을 밝혔다.

산업계와 노동계 관계자들도 "양측이 오랫동안 엉킨 실타래를 잘 푼 결과로, 업계에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며 "회사도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에 한껏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