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제도 개선방안 내놔
고난도문항 출제부터 검증
출제·이의심사 기간도 늘려
수능 생명과학II 출제오류로 곤혹을 치렀던 교육당국이 수능 이의심사제도를 대폭 개선한다. 출제·검토과정에서 고난도 문항만 검증하는 단계를 신설하고 이의심사 단계에서 이견이나 소수의견이 있을 땐 추가 논의를 열기로 했다. 폐쇄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은 이의신청은 검토부터 최종 결정단계까지 외부 인사의 참여를 크게 늘린다.
교육부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 제도 개선방안' 시안을 공개하고, 다음 달 2일까지 1주일간 대국민 의견수렴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수능 이의심사때 소수의견 재검증
이번 개선안은 2022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20번의 출제오류 사태에 따른 것이다. 시험이 끝난 이후 이의신청이 쇄도했지만,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당시 이를 묵살했다.
이에 수험생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이로 인해 수능 성적표 발급 당일 생명과학Ⅱ 성적이 빈칸으로 표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결국 소송에서 수험생들이 승소하자 평가원은 해당 문항 정답을 '없음(모두 정답)' 처리하고 평가원장은 사퇴했다.
교육부는 이의심사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와 학회 자문을 받았지만, 소수의견을 객관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절차와 기준이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평가원은 한국과학교육학회·한국생물교육학회(교육학회)와 한국유전학회(내용학회) 3곳에 이의심사 자문을 받았는데, 교육학회 2곳의 위원직을 평가원 수능본부장, 출제실 소속 직원들이 맡고 있었음이 소송 과정에서 드러났다. 교육학회 2곳은 모두 문제에 이상 없고 기존 정답을 유지한다는 자문의견을 제출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수능 이의심사 절차 때부터 소수의견 재검증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이의심사는 신청을 받고 중대사안의 경우 학회 자문을 얻은 뒤 영역·과목별 실무위원회 논의를 거친 결과를 종합한다.
앞으로는 1차 실무위 논의 과정에서 찬반 소수의견을 표명했던 위원 각 1명, 신규 외부위원 3명이 참여하는 추가 소수의견을 검토하는 2차 실무위를 추가한다.
외부 위원 숫자도 2명에서 5명으로 확대해 투명성을 제고한다. 수능 출제위원, 평가원 연구원 등 내부인원은 실무위원회 참고인으로 뺀다. 사실상 수능 출제오류 판정을 외부 인사에게 맡기도록 한 셈이다.
자문을 얻은 학회 이름과 자문해준 내용도 사후 공개한다. 사전에 자문을 의뢰할 학회 명단을 미리 전문성, 대표성, 전국성을 기준으로 해 구성한다.
중대한 출제오류 시비가 제기되면, 3개 이상의 학회에 자문을 요청하고 되도록 내용학회를 중심으로 자문을 의뢰한다.
■이의심사위원 확대 등 쇄신
실무·자문뿐만 아니라 이의심사 결과를 최종 확정하는 이의심사위원회도 위원장을 평가원장에서 외부 인사로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쇄신에 나선다.
이의심사위원회는 현재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이 검토위원장 등 내부 위원이다. 앞으로는 11명으로 늘리고 81.8%인 9명을 외부 위원으로 편성한다. 법조인, 현장교사, 학부모, 타 국가시험 관계자를 위원회 위원으로 추가 투입한다.
출제 과정에서도 고난도 문항 검토단을 새로 신설, 기존 1, 2차 검토 단계를 3단계로 늘린다. 다수 조건이 활용되거나 다양한 풀이 방식이 존재할 수 있는 고난도 문항에 대해 5~6명이 집중 검토를 벌인다.
검토자문위원도 8명에서 12명으로 늘린다. 생명과학, 지구과학, 경제, 정치와법 각 탐구 영역 선택과목 4개에 대해 1명씩 보강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에서 출제가 이뤄진다는 대원칙을 준수한다.
이에 따라 수능 출제기간은 기존 36일에서 38일, 이의심사 기간은 12일에서 13일로 각각 늘어난다.
올해 11월 17일 치러질 2023학년도 수능 정답 확정·발표일은 11월28일에서 29일로 하루 늦춰진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공개한 수능 출제 및 이의심사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의견을 받는다. 최종안은 다음달 내놓을 2023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에 담을 예정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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