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교정 내 속 끓는 학내 입점 자영업자들
"코로나19 겪으며 매출 90% 이상 급감..수백만 임대료 버거워"
손실보상서 제외된 자영업자들.."사실상 집합제한"
정부 "재난지원금 형태 지원 확대하겠다"
23일 오후 운영시간임에도 서울의 한 사립대 내 구두수선방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 /사진=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30년 넘게 학교를 지켜왔는데, 곧 가게를 접을까 고민입니다."
서울 모 사립대에서 32년 간 사진관을 운영해 온 60대 남모씨가 텅 빈 교정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비대면 수업 4학기를 겪으며 남씨 사진관의 매출은 코로나가 닥치기 전인 지난 2019년 대비 90% 이상 줄었다. 월 120만원의 임대료도 겨우 내는 처지다. 이 가운데 남씨가 정부로부터 지난 2년간 받은 지원은 300만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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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경영난..학교 측 “힘들면 나가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폭증으로 국내 주요 대학이 올해도 비대면 수업을 병행할 조짐을 보이자 대학 내 입점한 소상공인들이 고충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2년간 비대면 학기를 버텨온 이들은 "사실상 집합제한이나 다를 바 없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확대 등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단 입장이다.
24일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대학생협연합회) 등에 따르면 대학가의 비대면 수업 전환으로 학생들의 발길이 끊겨 학내 입점 점포가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연합회가 학내 카페, 서점 등 점포를 운영하는 전국 22개 대학생협의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매출이 2019년 대비 8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내 소상공인들은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남씨는 "코로나19 이전엔 하루 20만원 정도 벌었다면, 이젠 손님 1~2명도 반갑다"며 "경기도서 출·퇴근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내년엔 접을 지 고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에서 30년간 안경점을 운영해 온 A씨도 "안경점은 보통 단골 장사인데 2년 넘게 학생들의 발길이 끊기니 이제는 하루에 손님이 한 명 오거나 공치는 날도 허다하다"며 "학교 측에 '월마다 내는 임대료 200만원이 버겁다'고 하소연하자 '힘들면 나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함께 일하던 직원 2명을 내보냈다는 A씨는 "매출이 크게 줄어 지금은 간이과세자(연간 매출액 4800만원 이하인 영세사업자) 신세가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대학 생협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 모 대학에서 생협 매장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B씨는 "상황이 너무 안 좋아 공과금도 내지 못한 채 대출만 받아 코로나 2년간 빚만 몇 억이 쌓였다"며 "직원 60여명 중 절반 이상이 그만뒀다. 무급 휴직을 하는 직원들도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 구내서점을 운영해온 신용억씨(61)가 23일 오전 '2차 방역지원금 신청 대상 명단에 없다'고 기재된 알림창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노유정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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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여파로 사실상 집합제한...지원 절실"
이처럼 대학 내 입점 업체들은 한계에 다다랐지만 이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립대에서 30년 가까이 구내서점을 운영해온 신용억씨(61)는 지난 23일 소상공인 2차 방역지원금 대상자 조회 결과를 보고 끝내 고개를 떨궜다. 화면에는 '2차 방역지원금 대상 명단에 없다'는 문구가 떴다.
신씨는 "서점은 집합제한 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로부터 손실보상 지원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지난 2년간 소상공인 전체에 주는 방역지원금 100만원이 전부"라고 토로했다. 신씨가 운영하는 구내서점 매출은 코로나19로 70% 이상 급감했다. 신씨는 "10만원씩 유지비용을 내며 온라인 책 구매 사이트도 운영해봤지만 이용률이 저조해 다음 학기부턴 운영하지 않으려 한다"며 "30년간 이 서점에서 젊음을 다 보냈는데, 서점산업 자체도 어려워 이제 그만둬야지 싶다"고 했다.
안경점 업주 A씨 역시 "2년간 빌린 돈만 8000만원에 달하지만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은 500만원뿐”이라며 "항의를 해봐도 '집합제한 업종이 아니다', '정부가 아닌 대학이 등교를 제한한 것이라 방법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호소했다.
정선교 한국대학생협연합회 조직교육팀장은 "학내 입점 서점, 안경점 등 소상공인들의 경우 정부에서 규정한 '집합제한' 업종이 아니라 지원을 받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집합제한 업종 유무와 관계 없이 영업상 문제를 겪은 소상공인에 대한 폭 넓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벤처부 관계자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이 법제화 돼 지원 대상을 엄격히 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업종이 제외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소상공인 방역지원금과 같은 재난지원금 형태의 지원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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