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등 에너지가격 상승
수입의존도 높은 한국에 더 치명적
일부선 물가 4%대 예측
경기침체속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재정·무역 '쌍둥이 적자' 가능성도
경제가 인플레이션 악화, 성장둔화, 불확실성 증폭이라는 3대 악재에 휩싸였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강해진 물가압력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을 붙인 격이다.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에너지 원자재 값은 아킬레스건이다. 일각에선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올라설 수 있다고 봤다. 물가상승에다 성장률 급락이 이어질 경우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올해 3.1% 성장률 전망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역수지 또한 3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높아 경제 전반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 켜지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상황을 보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언급에도 실물경기 지표들은 올 들어 잇따라 내림세다. 우려되는 요인들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BSI는 전월보다 1p 하락한 85를 기록했다. 두달 연속 하락세다. 100보다 낮아 향후 경기가 나쁠 것으로 본다는 의미인데 더구나 악화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 또한 내림세다.
여기에다 에너지를 포함한 식품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은 예측불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1만달러당 원유소비량은 5.7배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원유의존도가 가장 높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1360억달러로, 국가 총수입액의 5분의 1(22.1%)에 달한다. JP모간은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로 상승할 때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 상반기 0.9%로 하락하고, 물가는 현 수준 대비 2배 높은 7.2%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상승 압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경제구조여서다.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쌍둥이 적자' 현실화 가능성 대두
경제 전반의 위기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는 무역수지 적자 지속 가능성이다.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총액이 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로 전환됐지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재정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우리 경제는 '쌍둥이 적자'라는 익숙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실제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적자로 전환된 데 이어 1월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2월 전체로도 적자가 확실시된다. 3개월 연속 적자는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건전한 재정과 탄탄한 무역흑자는 우리경제의 버팀목이었다. 정부는 무역수지는 유가상승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다르다.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대란에다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까지 겹쳐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외발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에너지 위기 상황이 지속된다면 무역수지 적자는 정부 예상과는 달리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불확실성…'스위프트' 배제 후폭풍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접적 영향보다 후폭풍이 경제 전반에 더 악재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현안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로 인한 대러시아 제재로 실물과 금융 부문의 경색이 초래되는 등 전례 없는 불확실성과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접적 영향보다는 앞으로 대러제재에 따른 수출통제와 금융시장 혼란의 영향이 더 클 수 있어 선제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금융제재를 발표했다.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후폭풍이다. 우리 기업의 무역대금 거래 등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올해 경제전망치는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내놔야 할 만큼 변화가 많다"며 "특히 인플레 압력, 성장둔화, 불확실성 증폭이 동시에 진행돼 인플레를 최소화하면서 경기흐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정책조합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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