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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알게된 입양 사실 이제라도 친부모 만나고파"[잃어버린 가족찾기]

1975년 입양된 박현미씨

"쉰 살에 알게된 입양 사실 이제라도 친부모 만나고파"[잃어버린 가족찾기]
박현미씨가 1975년 7월 8일 입양되던 당시 모습

"우리 친엄마는 어디에 있어요?"

지난 한 평생 내 가족인 줄 알고 지냈던 박현미씨(50)는 최근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전해들었다. 혹시나 하고 '친부모'에 대해 던져본 질문에 "언젠가는 물어볼 것 같아 마음 졸이고 있었다"는 가족의 답이 돌아왔다.

박현미씨가 지금의 가족을 만난 건 1975년 7월 8일. 입양 당시 추정 나이는 3살이다. 현미씨 아버지는 현미씨가 커서 친부모를 찾을 경우를 생각해 현미씨가 온 날 모습 그대로 언니, 오빠와 함께 사진을 남겨뒀다. 모든 환경이 생소해 보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에 앞머리와 양갈래 머리를 묶은 모습은 현미씨가 가진 가장 어렸을 적 최초의 사진이다.

현미씨는 정확한 이름도, 생일도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입양과 파양을 거쳐 부산 영도에 자리한 현재 가정에 입양됐기 때문이다. 몸에 상처나 흉터 하나 없던 탓에 신체적 특이점도 없다.

단 하나, 가족이 기억하는 현미씨의 사연은 이렇다. 현미씨는 1975년 7월께 경북 포항 회도동의 한 신혼부부에게 입양됐다. 그러나 한두 달 만에 파양됐고, 이를 본 현미씨의 이모가 지금의 가족들에게 현미씨를 데려오게 됐다. 현미씨는 "당시 그 새댁이 아이를 낳지 못해 저를 데려와 키웠는데 시어머니의 반대로 파양이 됐다고 했다"며 "포항 새댁이 저희 이모에게 저를 넘겨주면서 '우리 집에 오기 전 2~3군데를 거쳐 오게됐다'며 '어디서 어떤 경로로 오게 됐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그나마 현미씨가 마지막으로 입양된 지금의 가족은 나름 풍족한 환경의 집이었다. 아버지는 명절이면 현미씨에게 새 옷과 신발을 사주셨고, 장난감도 부족하지 않게 갖도록 해주셨다. 현미씨는 "어렸을 적 잘 웃고 사람도 엄청 따르고 하는 모습을 보고 가족들은 '우리 집 아이가 되려는 인연인가 보다'하고 받아들이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여유로운 집안 환경이었지만 아버지는 현미씨를 고등학교에 보내주지 않았다. 결국 현미씨는 자력으로 낮에는 직장,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대학과 대학원까지 마쳤다. 현미씨는 지금은 부산에서 국제물류와 무역대행업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어엿한 대표다.

현미씨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친부모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현미씨는 지난해 3~4월 친부모에 대한 사실을 인지한 직후 같은 해 4월에 DNA등록도 마쳤다.
또 부산경찰청을 찾아 부산 영도 집에 오기 전까지 기억을 찾기 위해 최면수사도 두 번 실시했다. 경찰 최면수사를 통해 파악한 현미씨 아버지의 이름은 신영식, 신영석 또는 신영욱으로 추정된다. 현미씨는 "최면에서 본 제 모습은 다다미집 같은 목조주택에 누워 있던 모습과 극장 같은 곳에서 아빠가 저를 안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엄마, 아빠 말씨가 경상도가 아닌 서울 말씨 같았다"고 설명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