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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난장판 대선, 누가 돼도 반쪽대통령

[구본영 칼럼] 난장판 대선, 누가 돼도 반쪽대통령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여야가 상대 후보와 가족의 흠결이나 과거사를 캐내는 데 주력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두 후보마저 "겁대가리 없이 건방지게…" "이중인격자" 등을 입에 올리며 서로에게 혐오를 드러냈다.

이렇듯 선거판은 추문과 거친 말싸움으로 어지럽다. 상대 후보 부인까지 겨냥해 '소가죽 굿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법인카드로 산 초밥으로 옆집에서 '기생충'을 키우고 있다고 의심한다. 제3자인 해외 언론도 이를 주목했다. 오죽하면 "모욕으로 점철된 역대 최악의 선거"(미국 워싱턴포스트), "한국 민주화 이후 가장 역겹다"(영국 더 타임스)는 혹평을 내놨겠나.

선거전을 난장으로 치닫게 하는 동인이 뭘까. 유력 후보들마다 대장동 게이트나 처가 비리 혐의 등 각종 얼룩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정책 경쟁보다는 네거티브 일변도로 흐르기 딱 좋은 조건이다. 어차피 진위는 선거 후에야 밝혀질 거라면 작은 의혹이라도 일단 부풀려야 유리하다고 보면서다. 일찍이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진실이 신발을 신을 때 거짓은 세상 반 바퀴를 돌 수 있다"고 한탄했던 이유다.

그러니 골수 지지층도 '전략적 선택' 경향이 강해졌다. "우리 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 저쪽을 제압할 후보이기 때문에 지지한다"(진중권 전 교수)는 분석처럼. 다만 이렇게 해서 진영 갈등이 극에 달한다면 누가 되더라도 '반쪽 대통령'에 그칠 참이다. 여야를 넘나든 '정치판의 타짜' 김종인이 "이재명이 당선되면 더 폭주할 것이고, 윤석열이 이기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식물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듯이.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종교지도자들을 만나 "우리나라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가 통합과 화합"이라고 했다. 남 말하듯 "선거 시기가 되면 거꾸로 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취임 때의 국민통합 약속을 실천하지 않은 데 따른 자성은 없었다.

문재인정부 들어 진영 갈등이 되레 극심해진 까닭은 자명하다. 5년 내내 반대 진영을 '선택적으로' 적폐로 몬 게 첫 번째 요인이다. 적폐 청산을 국정과제 1호로 삼았지만, 야권엔 서릿발이었으나 조국 사태에서 보듯 내 편엔 무한 관대했기 때문이다.

임기 내내 이어온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독식 인사는 또 다른 요인이다. 임기 말까지 여러 공공기관에 전문성도 고려하지 않은 채 알뜰살뜰 '알박기 낙하산'을 내리꽂을 정도니 말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당선 때의 득표율과 비슷한 40% 안팎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유지하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행태가 결국 중도층을 포함한 다수 민심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미 깊게 파인 갈등의 골을 더 헤집는 작금의 유세전이 걱정스럽다. 저주의 막말 경연장이 끝난 뒤엔 문 정부도 포기한 협치가 완전 물 건너갈 것 같아서다.
그런 까닭에 중도적 유권자일수록 더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럴수록 투표장에 나가 매의 눈으로 차선은 아니지만 차악의 후보라도 골라야 한다. 마크 트웨인도 "정치인과 기저귀는 자주 갈아줘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같다"면서.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