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매춘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기소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지난해 7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명예훼손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학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뒤 의문을 제기하는 여학생에게 또다시 성희롱 발언을 해 징계 처분을 받은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류 전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류 전 교수는 2019년 9월 연세대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한 여학생이 의문을 제기하자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류 전 교수의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연세대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2019년 9월 류 교수의 강의를 중단했다. 이후 교원징계위원회는 2020년 7월 해당 발언이 품위 손상 행위에 해당한다며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류 전 교수는 "식민지 시대의 종군 위안부와 현대의 매춘이라는 사회현상을 직접 조사해 연구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일 뿐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류 전 교수의 발언은 '궁금하면 (매춘을) 한번 해볼래요?'라는 취지로 해석되고, 이는 성적 언동으로 일반적·평균적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류 전 교수는 사건 당시 위안부 여성이 기본적으로 매춘행위에 종사한 자라는 취지의 내용을 설명했고, 학생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매춘'을 언급했을 뿐 연구행위와 관련한 언급을 한 사실이 없다"며 "이런 발언 경위에 비춰 해당 발언은 여성이 어떤 식으로 매춘에 종사하게 되는지 직접 경험해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류 전 교수에 대한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이 무겁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처분은 관련 법령에서 규정한 징계 범위 중 최하한을 선택해 1개월 정직처분을 한 것"이라며 "정직 기간은 여름방학 중이었고, 류 전 교수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으로 큰 불이익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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