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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 우크라인들 "러시아는 대량학살 중단하라"

주한러시아 대사관 앞 시위
한국 시민들도 반전 한목소리
우크라 대사관엔 기부 잇따라


재한 우크라인들 "러시아는 대량학살 중단하라"
6일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며 서울시 중구 일대를 행진한 주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숭례문 옆을 지나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우린 절대 러시아 지배를 받지 않을 거예요"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를 연 율랴 쉐스타코바씨(28·여)는 2초 간의 침묵 끝에 결연하게 말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장악한다면 어떻게 될지 질문 받자 내놓은 답이었다.

6일 오전 11시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두번째 시위가 열렸다.

시위자들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세요', '푸틴의 우크라이나 대량 학살을 중단하라' 등의 팻말과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이뤄진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었다. 시위 주최 측은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시에서 피란 간 사흐노 카테르나씨(28)의 편지를 낭독했다. 카테르나씨는 "벌써 사흘째 사이렌 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고 우리는 계속 지하실에 몸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제 딸 알리사는 잠을 자다가 "총알, 총알 날아"라고 소리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악몽에서 깨는 일이 이제 일상이 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 딸은 오는 3월 9일 세 살이 된다"며 "최고의 선물은 집에 돌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테르나씨는 "제 아이와 수천명의 다른 아이들에게 인생 최고의 선물을 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드므트로 김씨(41)는 대중 발언을 통해 러시아와 경제적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는 무역으로 벌어들인 모든 돈을 무기화할 것이고, 그 돈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피로 물 들일 것이다"고 말했다. 드므트로 김씨는 이어 "푸틴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로 다시 되돌리려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연방국 가운데 큰 나라여서 정복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다음엔 한국까지 포함해 다른 나라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2년간 키이우에 살다가 전쟁 후 한국으로 왔다는 송해건씨(32)는 "아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 나왔다"고 참가 이유를 밝혔다. 다만 그는 "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며 "종전될 때까지 계속 시위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발언문 낭독으로 시작해 서울 중구 일대를 행진하는 것으로 끝났다.

시위에 참가한 쉐스타코바씨는 "나라(우크라이나) 밖 멀리 있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위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250명쯤 온 것으로 추산되는 지난 시위에 비해 참여 인원이 늘어 이번엔 300명 가까이 된다"며 "사람들이 많은 돈과 구호 물품을 기부해주는 등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8억800만원의 기부금액이 접수됐다.

쉐스타코바씨는 "(전쟁 결과에 대해)우린 정부와 국민을 믿고 우크라이나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전세계 시민들이 돕지 않으면 희생과 죽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쟁 반대 시위에 동참해 줄것을 요청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