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상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안전지원팀장
북한이탈주민 위한 안전지원팀
신변보호·지원 합동근무체계 갖춰
장례식장에선 상주석 대신 자리
장기이식수술 필요했던 환자엔
기증자 찾도록 지원 나서기도
"한국사회에 정착하신 지 16년쯤 된 열심히 사시는 탈북민 부부 중 남편이 전신화상을 당해 사망했습니다. 장례식장에 문상을 가보니 상주석에 있어야 할 아드님이 다리를 다쳐 오지 못하고 부인께서 혼자 쓸쓸하게 장례식장을 지키고 계셨죠. 제가 할 일이 문상이 아니라 상주가 되어 마지막으로 먼 길을 가시는 분을 배웅하는 역할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유상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안전지원팀장(사진)은 오랜 기간 탈북민 정착 지원 업무를 해오고 있다. 얼마 전 사망한 탈북민의 장례기간 상주석에 자리를 잡았고, 화장장까지 모실 정도로 업무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문상을 오시는 탈북민분들로부터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 제도를 몰라서 혜택을 받으실 수 있음에도 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바로 그 자리에서 관련 부서를 통해 혜택을 받으실 수 있도록 현장 민원접수 및 해결 창구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탈북민이 겪는 위기상황은 복합적 요인에서 발생하게 된다. 어려움을 겪는 한 분 한 분을 포착하고 이를 지원하는 일이 매 순간 쉽지 않다고 느끼는 그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 대해 청취하는 일부터가 힘든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탈북민의 아들이 간경화가 심해서 간이식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데 관련 기관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며 통일부에 도움 요청이 왔다.
황 팀장은 "장기이식은 관련 법률에 따라 관련 기관에서 엄격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사안으로 통일부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민원인 아드님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장기이식 승인이 안 되는 이유를 문의하니 기증자와 수증자의 관계가 관련 법률에 따라 승인할 수 있는 요건이 되지 않는데 민원인께서 막무가내로 승인을 해 달라고 하는 상황이었다. 제가 민원인께 관련 법률과 절차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니 그분은 본인이 탈북민이기 때문에 그런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냐고 굉장히 오해했다"고 전했다.
황 팀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규정과 절차에 합당한 기증자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황 팀장에게 휴일이나, 늦은 밤이나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 울며 호소했지만 통일부가 항상 곁에서 도움을 드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드리기 위해 매 순간 진심을 다해 응대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렸다.
그는 "결국 민원인의 아드님이 간이식 수술을 받고 퇴원을 하셨다"며 "퇴원을 하시면서 마지막으로 전화하셔서 '통일부가 가장 고생이 많았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이라고 보람됐던 순간을 회상했다.
통일부는 지난달부터 '북한이탈주민안전지원팀'을 출범시켜 통일부 직원들과 신변보호기관 구성원들이 합동근무체계를 갖추고 탈북민의 위기 예방부터 위기상황 대응, 실태조사와 지원을 연계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황 팀장은 "정부의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탈북민을 찾아 더욱 두텁게 보호해 사회적 안전망을 튼튼히 하고,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마음까지 보살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며 이웃인 지역주민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특히 탈북민 중 전체 입국자의 약 72%를 차지하는 여성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해 좀 더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