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총선과 지금은 달라
확진자 대책 똑바로 세워야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오후 제주시 연동 사전투표소인 제주도의회 내 야외 임시기표소 앞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격리자들이 투표지를 봉투에 담아 손으로 건네거나 바닥에 놓인 가방 안에 담고 있다. 사진=뉴스1
대선 사전투표에서 관리 부실 논란이 불거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노정희)는 6일 입장문을 내고 "3월 5일 실시된 코로나19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에 불편을 드려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절대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2년 전 4·15 총선에서 모범적인 방역 투표 관리로 찬사를 받았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안돼 부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수치다. 오는 9일 본투표가 실시된다. 선관위에 철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일부 이해는 간다. 지난 4~5일 실시된 사전투표는 37%에 육박하는 역대급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7년 대선, 2020년 총선과 비교하면 10%p 이상 높아졌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 확진자·격리자를 위한 별도의 기표소가 마련됐다. 확진자 등은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6시까지 투표소에 도착하면 동선이 분리된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했다. 최근 며칠 새 하루 확진자는 20만명을 웃돈다. 꽤 많은 유권자가 임시기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관위 역시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높은 참여 열기와 투표관리 인력 및 투표소 시설의 제약 등으로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 관리에 미흡함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선거 부실 관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이 점은 누구보다 선관위가 제일 잘 알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심기둥이다. 이 기둥이 흔들리면 민주주의 자체가 흔들린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노골적인 부정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리 부실도 자꾸 쌓이면 패자가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불행한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선관위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6일 페이스북에서 "아프신 분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종이상자나 사무용 봉투, 심지어 쓰레기봉투에 투표용지를 담아 옮기기도 했다. 기표지를 비닐봉투에 넣도록 했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2022년 대한민국 선관위 맞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사전투표와 관련해 선관위 기획은 안일했고, 시행 과정은 조잡했으며, 사후 해명은 고압적이기까지 했다"면서 책임자의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선관위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러잖아도 이번 대선을 앞두고 선거 중립성에 의문이 일었던 게 사실이다. 문재인 캠프 출신인 조해주 전 상임위원은 연임 논란 속에 지난 1월 사퇴했다. 하지만 선거 주무장관인 행정안전부와 법무부의 수장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이 마당에 중심을 잡아야 할 헌법기관 선관위마저 부실 관리 논란에 휩싸였다.
투표 관리 부실은 대선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힘 대선후보는 6일 각각 선관위를 향해 "본투표에서 이런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2년 전 K방역 찬사는 잊어라. 지금은 하루 확진자 20만명 시대다. 선관위가 9일 본투표에서 땅에 떨어진 신뢰와 명예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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