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일본 기업,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
자금조달 40%이상 급감...21년 만에 최저
회사채, 기업공개, 인수합병 등 차질
미국 뉴욕 금융중심지 월가.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우크라이나 사태로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 '3월 한파'가 불어닥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자금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액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직전에 비해 40%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 재료가 더해지면서, 기업도, 투자자들도 일단 3월말까지는 관망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1주일간(지난 2월 24일부터 3월 2일까지)미국, 유럽, 일본 기업의 회사채, 주식발행액의 합계치는 334억 달러(약 40조9700억원)로 직전 한 주간(2월 14~20일)에 비해 42% 급감했다. 건수도 60건으로 44% 줄었다. 이런 액수는 코로나19 확산 첫 해인 2020년을 제외하고는 2001년(285억 달러)이후 2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것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에도 영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금별로는 회사채 조달액은 42% 감소한 324억 달러였으며, 공모증자 및 기업공개(IPO) 등 주식발행도 10억 달러 미만으로 47% 감소했다. 'BBB급(BBB-, BBB0, BBB+)'신용등급 회사들이 발행하는 하이일드채권(고위험·고수익)의 경우 1주일간 고작 2건만 발행됐다.
지난 2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주가 모니터를 보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 예고도 자금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인터컨티넨탈 거래소 지표에 따르면 신용등급 '트리플 B' 이상의 투자 적격인 기업의 회사채와 국채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지난 4일 기준으로 1.42%포인트로 지난해 말보다 0.42%포인트 확대됐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세를 타면서, 회사채 발행 시기를 늦추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 도호쿠전력의 경우 이달로 예정했던 회사채 발행을 4월 이후로 연기했다. 이 회사는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채권 구매 의욕이 감퇴하고 있다"면서 "당초 검토했던 금리 수준에서는 발행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여타 일본 기업들도 4월 이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회사채 발행 시기 조정에 나섰다. 스페인의 수자원 관리 기업 FCC 아쿠아리아 등도 2월로 예정된 기업 채권 발행 시기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주식발행도 저조하다. IPO는 지난 2일까지 100만 달러대 중소형 물건 1건에 그쳤다. IPO 조사회사인 미국 IPO 스쿠프 닷컴에 따르면 의료용 대마를 취급하는 영국 아칸다는 지난 2월 하순 미국 증시에서 상장을 계획했으나, 이 역시 연기 결정을 내렸으며, 발전기기 업체인 미국 플렉스 에너지 그린 솔루션즈은 IPO를 철회했다.
일본 인터넷 은행으로는 첫 기업공개로 관심을 모은 SBI넷 은행도 이달 24일 도쿄증시 1부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쇼크로 시장 환경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도 국영 인도 생명보험공사(LIC)의 상장이 연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 시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미국, 유럽, 일본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M&A)는 전년 동월대비 35%감소한 1890건으로,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당장은 투자자들이 적극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업 성장에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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