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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은 되고 어린이집은 안 되는 외국인 아동 무상보육

유치원은 서울시교육청서 지원
어린이집 운영 담당 서울시는 "정부 차원서 지원 되었으면…"

유치원은 되고 어린이집은 안 되는 외국인 아동 무상보육
'대한민국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서울 내 어린이집을 다니는 외국인 아동이 보육료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추경 편성을 통해 보육료 지원 사각지대를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비 지원에 '어린이집'만 제외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서울 지역 어린이집·유치원에 재원 중인 외국 국적 아동(만 3~5세)은 2292명이다. 이중 어린이집에 다니는 1608명은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체 70%에 달한다. 서울시교육청은 3월부터 유치원에 다니는 외국 국적 아동에 대해 유아학비 지원으로 공립 월 15만원, 사립 월 35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반면 어린이집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시의 경우 외국 국적 아동을 보육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때문에 '보육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양민규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그동안 외국 국적 아동들은 국내에 거주하며 일정 세금을 내더라도 보육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현행 유아교육법상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아동에 한해 보육료가 지원돼 온 탓이다.

양 의원은 "어린이집에 재원 중인 외국 아동의 약 70%가 구로·영등포·금천·광진 등 특정 자치구에 밀집됐는데 이들 대부분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저소득 가정에 속해있다"며 "외국 아동들은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한 달에 50만원 가량을 학비로 내야 하는데 이조차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 아동이 80% 이상인 어린이집 원장 신모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느끼는 외국인 가정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누리과정'이라는 같은 교육 과정을 수강함에도 학비 지원 형평성은 어긋나고 있어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집 교사들 역시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이탈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30여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박모씨는 "교육청의 유치원 학비 지원 소식에 등원이 확정됐던 외국 가정 다수가 유치원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30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정원 충족이 되지 않았던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코로나19를 겪으며 보육료를 내지 않는 외국 가정이 많아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제 나빠질 일 밖에 남지 않은 듯 하다"며 하소연 했다.

■서울시 "보육비 지원 당장은 어려워"

시민사회는 교육시설에 관계 없이 모든 외국 국적 아동이 동등한 교육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상임활동가는 "한국이 90년대 비준한 '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도 모든 아동에 대해 비 차별원칙과 사회적 혜택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며 "현재 광주 등 일부 지자체·교육청에서 조례를 수정해 외국 아동에 대한 학비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보다 넓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보육 사각지대를 최대한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치원으로의 이탈로 보육료 수입 감소를 겪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두 달간 손실을 보전하는 예산이 추경에 편성된 것으로 파악했다"며 "외국 아동도 차별 없이 보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현장의 상황을 추가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지원 대상을 확대해 어려움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외국 아동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이 보건복지부 등 정부 차원에서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