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등록 없이 북한 관련 단체의 기부금을 불법 모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1심에서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태균 부장판사는 8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상학 대표에게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정오 큰샘 대표에게는 벌금 2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이, 사단법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에는 각각 벌금 200만원과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모집한 기부금은 단체의 설립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 것을 반대급부로 하고 있어 기부금품법상 기부금품에 해당하지 않고, 후원금 모집과 관련해 별도로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후원자들이 후원금을 납부하면서 단체의 설립 목적에 맞게 활용할 것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요구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후원금 납부 동기에 불과할 뿐 후원금에 대한 반대급부라 보긴 어렵다"며 "후원자들이 이런 요구를 통해 피고인들에 대해 어떤 급부를 취하거나, 피고인들이 후원자들에게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어 이는 반대급부 없이 취급한 금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등록의무를 알지 못했단 주장과 관련해서는 "피고인들이 등록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히 법령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기부금품법이 정한 등록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데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수년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후원금을 모집하면서도 별다른 이유 없이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않았고, 여러 규정을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피고인들의 후원금 모집 경위, 방법, 모집한 후원금 규모 등에 비춰보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의 범행에 확정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영리목적으로 후원금을 모집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동종범죄 처벌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상학 대표는 2016~2020년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1억7000여만원의 기부금을 모집한 혐의를 받는다. 박정오 대표는 같은 기간 1900여만원의 기부금을 관할관청 등록 없이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상학 대표는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경기도, 강원도 일대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등을 풍선에 나눠 실어 북한 지역으로 날려 보낸 혐의(남북관계발전법 위반 미수)로도 지난 1월 기소됐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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