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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필수품, 러시아서 사업 지속" 유니클로 회장, 제재 이탈 [도쿄리포트]

세계적 기업 '對러시아 제재' 동참에 대비 이뤄
지난해 인권 침해 중국 신장산 면화 문제 때도
'시장 선택' 했다가 美세관에 철퇴 맞아
일본 내에서도 제재 동참 요구 목소리 높아
日도요타, 닛산 등은 사업 중단, 주재원 철수


"옷은 필수품, 러시아서 사업 지속" 유니클로 회장, 제재 이탈 [도쿄리포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를 거느린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야나이 다다시 회장.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옷은 필수품, 러시아 사람들도 생활할 권리가 있다."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거느린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이런 입장과 함께 "당분간 러시아에서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적 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잇따라 러시아 사업 중단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야나이 회장의 이런 행보는 정치적 사안을 기업 경영에서 배제하고, '시장이 우선'이라는 그 나름의 경영 방침을 강조한 것인데, 대러 제재 동참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아 이것이 유니클로에 또 다른 기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재 대열서 이탈...유니클로 러시아 잔류
8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 따르면 야나이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의복은(러시아 국민들에게도)생활 필수품"이라며 러시아 현지 50개 점포의 운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4일에는 우크라이나에 11억5000만엔(약123억원)의 지원금과 담요 등 20만점 제품 제공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면서도, 사업 중단엔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코카콜라, 맥도날드의 러시아 시장 잔류 결정을 참고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대부분의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적 기업들은 러시아 사업 중단을 선언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의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패스트리테일링과 세계 패션 시장에서 시총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자라(ZARA)를 거느린 스페인 인디텍스는 러시아 내 502개 매장을 일시 폐쇄하고, 온라인 판매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온라인 판매 중단에 이어 오프라인 매장 120여곳도 문을 닫기로 했다. 애플도 러시아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팔지 않기로 했다.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브랜드도 이미지를 고려해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케아는 한 발 나아가 러시아의 우방인 벨로루시에서 사업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했다.

"옷은 필수품, 러시아서 사업 지속" 유니클로 회장, 제재 이탈 [도쿄리포트]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의 벨기에 브뤼셀 매장. AP뉴시스
"옷은 필수품, 러시아서 사업 지속" 유니클로 회장, 제재 이탈 [도쿄리포트]
지난 4일(현지시간)러시아 모스크바 모습. AP뉴시스
야나이 회장은 시장 사수를 위해 정치적 문제에 선긋기를 하고 있으나, 국제 여론을 감안할 때 러시아 사업 잔류 자체가 유니클로에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예가 지난해 중국 신장산 면화 사용이 국제 이슈로 불거졌을 때다. 야나이 회장은 당시,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인권 침해를 들며 중국 신장산 면화 사용 중단을 선언했을 때 "인권 문제라기 보다는 정치적 문제다"라며 애매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그러다 미국 세관당국으로부터 일부 제품 수입금지 철퇴를 맞고 나서야, 원자재 공급처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현재 일본 온라인 포탈 야후재팬에서는 유니클로의 잔류 결정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러시아의 침공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러시아 국민 여론을 움직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들과 함께 보조를 맞출 때라는 것이다. 현재 유니클로와 더불어 러시아 사업 계속 방침을 밝힌 미국 코카콜라, 맥도날드에 대해서도 사업 중단 요구 여론이 커져가고 있다.

"옷은 필수품, 러시아서 사업 지속" 유니클로 회장, 제재 이탈 [도쿄리포트]
7일(현지시간)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역에서 피란민들이 서부 리비우행 열차에 앞다퉈 탑승하는 모습. AP뉴시스
■도요타·닛산 등은 '중단'...주재원 귀국
반면, 도요타, 닛산, 미쓰이 물산 등 일본의 여타 기업들은 미국, 유럽 등 서방세계 기업들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제재 행렬에 동참했다. 러시아 체류 주재원들의 안전 문제와 더불어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부분도 작용했다.

닛산은 전날 이른 시일 내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은 당초 반도체 부족 등으로 생산을 축소한 상태였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경제 제재가 닥치면서 당분간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닛산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약 4만5000대를 생산했다.

도요타는 러시아 현지법인 '도요타 러시아'에 파견한 직원 26명(가족 포함 약 50명)에게 일본 귀국을 지시했다.
또 지난 4일부터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러시아 내 재고분을 소진하는 대로 현지 판매도 중지하기로 했다.

일본 통신기업 KDDI, 일본 담배산업주식회사(JT), 일본통운 등의 기업들도 주재원 귀국 명령을 내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 러시아 시장 철수를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