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한 버스 정류장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승리를 기원하는 Z 표식이 그려져 있다. 사진=뉴스1
만(卍)자는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에서 행운과 길상을 상징한다. 산스크리트어로는 스와스티카(슈리바차)라고 불린다. 卍자는 힌두교 최고 신 중 하나인 비슈뉴의 화신인 크리슈나의 가슴에 난 털이 소용돌이치는 모양을 형상화했다.
아돌프 히틀러의 측근 지리학자 칼 하우스호퍼가 아리아인(고대 게르만족)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심벌로 불교의 卍자를 차용했다는 설도 있다. 일반적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소용돌이 치는 卍자를 변형시켰다. 독일 나치 파시즘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 하켄크로이츠(Hooked Cross)는 卍자를 거꾸로 뒤집은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卍자는 하켄크로이츠와 동일하게 금기시됐다.
서로 다른 문자라는 주장도 있지만 글자의 방향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본래 卍자는 불교와 함께 중국과 한국에 전해졌다. 당나라 현장대사는 이를 덕(德)이라고 번역했지만, 측천무후 때부터 만자를 '만(萬)'으로 고쳤다. '만(万)'은 卍자를 간략화한 만(萬)자의 약자다.
영어 알파벳 대문자 'Z' 표시가 러시아 안팎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번지고 있다. CNN방송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 청년들이 Z 문양 상의를 입은 채 국기를 들고 있는 정치선전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러시아를 위해! 푸틴을 위해!"라고 소리쳤다. 또 갖가지 Z 모양 대열 만들기가 성행하고 있다. 버스정류장이나 탱크, 실외 광고판, 학교 등 곳곳에서 Z 표식이 목격됐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Z는 승리를 위해(Za pobedy)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러시아 서쪽(Zapad) 우크라이나를 지칭하거나, 표적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지목한다고 추정했다.
명확한 의미를 알 길 없는 Z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표식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이념과 국가 정체성에 대한 상징으로 쓰인다는 풀이도 나온다. Z의 실체가 무엇이든 간에 제2의 하켄크로이츠는 안된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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