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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 만에 찾은 가족…어머니 한 풀어드려 다행"[잃어버린 가족찾기]

10살 때 식모로 다른 집 보내진 김옥련씨

"82년 만에 찾은 가족…어머니 한 풀어드려 다행"[잃어버린 가족찾기]
80여년만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김옥련씨(95)의 과거 사진. /사진=노영실씨 제공

[파이낸셜뉴스] "어머니의 오랜 한을 풀어드려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지난 1월 마침내 어머니의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노영실씨(60)가 그날의 감격을 떠올리며 말했다. 노씨의 어머니인 김옥련씨(95)는 가족의 품을 떠난 지 무려 82년 만에 여동생 김정자씨(84)를 찾을 수 있었다. 노씨는 "어머니가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은 처음이었다고 한다"며 "그동안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지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강원도 주문진에서 태어난 옥련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10살 때 다른 집에 식모로 보내졌다. 부둣가에서 아이를 업고 돌보던 옥련씨는 자신이 떠나온 산 아랫동네를 내려다 보며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그러던 중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본가를 찾았지만 옥련씨는 어머니를 만날 수 없었다. “너희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던 옥련씨는 충격에 울면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후 3년이 지나 같이 살던 주인집이 중국으로 이사하면서 옥련씨도 함께 한국을 떠났다.

몇십 년이 흘렀을까. 2005년 즈음 옥련씨는 중국에서 한국사람을 통해 부모님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옥련씨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아이가 없어졌다”며 가족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옥련씨는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부모님의 얼굴을 기억할 수 없었다. 다만 아버지의 이름이 '김만희’라는 사실만 잊지 않았다고 한다.

수십 년이 흘러 본격적으로 가족을 찾아 나선 건 옥련씨의 딸인 노씨였다. 노씨는 30년 전 한국에 정착하면서 어머니 옥련씨의 가족을 찾기 위해 방송사, 관공서, 안동김씨 종친회 등 방방곡곡을 돌았다. 5년 전인 2017년에는 옥련씨가 90세 고령의 나이로 가족을 찾기 위해 주문진을 방문했다.

옥련씨의 사연을 접한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문진 일대를 샅샅이 조사한 끝에 그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막냇동생 김정자씨를 찾았다. 이후 진행한 유전자 검사에선 두 사람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씨는 "지하철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듣고 엄청나게 울었다"며 "수십 년 동안 어머니의 가족을 찾았으면서도 '정말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전했다.

이후 노씨는 서울 모처에서 어머니의 여동생 김정자씨와 상봉했다. 고령으로 중국에서 오지 못한 옥련씨는 화상전화로 김정자씨와 대화를 나누며 눈물을 흘렸다. 최근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옥련씨는 치료 후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여동생 김정자씨는 TV 옆에 옥련씨 사진을 붙여 두고 언니를 실제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정자씨는 "처음에는 떨려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며 "언니가 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하루라도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준 조카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