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있어도 정식 판정 받지 않는 등 제재를 피하고 있어
정부, 확진자나 밀접접촉자 위치 앱으로 확인방식 중단
방역당국, 30만명 넘어 확진자에 대한 관리 사실상 포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박모씨(36)는 코로나19 확진자이면서 '확진자'가 아니다. 인후통 등 증상으로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이 나왔음에도 PCR 검사를 받지 않아 정식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가 코로나19를 숨긴 배경에는 '이직'이 있었다. 박씨는 "최근 이직을 한 탓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보고하기에 눈치가 보인다"며 "최대한 재택 근무를 하며 알아서 건강을 챙겼다"고 토로했다.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수가 30만명을 넘기는 등 연일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확진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자가격리자 관리 앱을 폐지하고 방역패스 시행을 중단하는 등 사실상 확진자에 대한 관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자가격리 방침을 어길 경우에도 실질적인 제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장 멈출까봐 출근"
13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나 해외 입국자, 감염 취약 시설 내 밀접 접촉자는 여전히 일주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한다. 확진자가 격리 기간에 무단으로 외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증상이 있음에도 정식으로 확진 판정을 받지 않는 등 제재를 피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 이후 PCR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다. 한 제조업체에 다니는 A씨는 현재 아픈 몸을 이끌고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그가 코로나19 확진에 걸리면 공장 라인이 멈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회사 지인들이 PCR검사만은 피하라고 권했다"며 "회사에서 확진자로 낙인 찍히는 순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PCR 확진 판정을 받아도 제대로 된 자가격리 추적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달 9일부터 자가 격리된 확진자나 밀접접촉자 위치를 앱으로 실시간 확인하는 감시 방식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확진자의 격리 이탈을 제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2)는 개인 병원에서 PCR 검사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보건소로부터 관련 문자가 온 것은 3일이 지난 시점에서였다. 김씨는 "확진 판정 이후 중요한 약속이 있어 문제없이 밖에 돌아다녔다"며 "보건소의 문자 이후에도 전화 한통 없었다"고 전했다.
■방역당국 "자가격리 관리 어려워"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을 확진 판정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PCR 검사가 한계에 달하고 결과 통보 지연으로 자택 격리와 치료제 처방이 연쇄적으로 지연되자, PCR 단계를 생략하고 진료·상담·처방·격리의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다만 집이나 선별진료소에서 개인이 한 신속항원검사의 결과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현재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일 경우 PCR 검사도 양성일 확률이 90∼95%로 매우 높다"며 "신속항원검사 양성자를 확진자로 판단할 때의 이익이 (검사가) 지체되는 데서 생기는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조치가 자가격리 위반을 잡을 수 있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방역당국은 위중증 환자를 제외한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연일 30만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일일히 관리를 할 수 없다"며 "매일 들어오는 PCR 확진 자료도 취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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