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대선 끝나자 '쓰레기 대란'

현수막 10만개·공보물 5000톤
투표 비닐장갑 최대 8800만장
재생지 사용 법안 국회 계류 중

제20대 대통령선거로 발생한 '선거 쓰레기'가 수천톤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한 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시민사회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온라인 선거 문화로의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공보물을 온라인 형태로 전환하거나 재생종이를 활용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선거법 개정안들이 발의됐으나 구체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는 대선에 비해 등록될 후보의 수가 몇 배에 달하기 때문에 개선의 의지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녹색연합 등에 따르면 20대 대통령선거에 사용된 홍보물로 7300톤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됐을 것으로 추정돼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수막은 10만5090장이며 벽보 및 공보물은 5000톤에 이른다. 환경단체인 자원순환사회연대도 이번 투표에서 유권자 전부가 비닐장갑을 사용했을 시 최대 8800만장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산했다.

상당량의 쓰레기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선거에 사용된 현수막의 재활용률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현수막 9220톤 중 33.5%인 3093톤이 재활용됐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20년 4·15 총선에서의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25% 수준으로 지방선거 때보다 더 감소했다. 선거 현수막의 경우 장바구니, 청소용 마대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큰 실효성은 없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지적이다.

이지수 녹색연합 녹색사회팀 활동가는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어도 큰 글씨나 얼굴이 지워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용률이 높지 않다"며 "(장바구니를 버리면) 결국 다른 모양의 쓰레기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 선거 때마다 선거 쓰레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의 입법 활동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 후보자는 읍·면·동마다 1개만 걸 수 있었지만 2018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게시 가능한 현수막 개수가 늘어난 탓이다. 현재 후보자는 선거구 내 읍·면·동 수의 2배 이내에 현수막을 걸 수 있다.

시민사회는 다가올 제8회 지방선거에서 '선거 쓰레기 대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공직선거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후보자 공보물은 기본적으로 전자 형태로 제작하되 인쇄물로 제작 시 재생종이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발의안은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에 회부돼 계류 중인 상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현 구조에서 선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