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전까지만 해도
0.5%p 빅스텝 힘실렸지만
원자재값 폭등·불확실성 증가
3년 만에 '0.25%p 인상' 유력
당초 예상했던 연내 일곱차례
모두 단행하기는 어려울 듯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연방 상원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번 주에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치솟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의 시동이 걸릴 것으로 투자자들이 전망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경제전문방송 CNBC를 비롯한 외신은 그동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이 금리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현재 0~0.25%인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연준이 금리를 마지막으로 올린 것은 2018년 2월이다. 2017년 7월부터 다시 금리를 내렸으며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0%에 가깝게 낮췄다.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7.9% 오르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며 연준의 물가 목표인 2%를 크게 상회했다. 이 같은 높은 물가상승률에 3월 금리인상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러시아 디폴트 변수도 영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에도 연준은 이번에 금리인상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는 미국의 물가를 통화긴축을 통해 잡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2월 열린 미 하원 청문회에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0.25%p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0.5%p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연준이 앞으로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제임스 고먼 모간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경기침체는 피해야 한다며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침체 속 물가상승)에 빠질 위험이 있어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16일로 예정된 러시아의 1차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결과도 연준의 금리인상폭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러시아의 국가부도 시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진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6일 7억달러(약 8522억) 상당의 러시아 국채 상환일이 다가오고 있다며 달러가 바닥난 러시아가 결국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방 동맹국의 러시아 자산동결로 러시아는 돈이 있어도 부채를 갚지 못하는 형국이다. 러시아는 이론적으로 부채를 상환할 충분한 외환보유액(6400억달러)이 있지만 서방이 대부분 자산을 동결하고 있기 때문에 상환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른 채권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국채에도 30일의 '유예기간'이 있다. 따라서 30일 이내에 이를 상환하면 실제 디폴트에 이르지 않을 수도 있다. 다음 상환일은 4월 15일이다.
현재 러시아는 400억달러(약 48조)의 대외부채를 안고 있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에 비하면 적지만 외환보유액이 묶여 있어 언제든지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
■파월, 파격 인상 가능성 작아
FOMC 회의 후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것으로 인한 앞으로의 경제전망과 특히 금리 방향에 대한 언급이 예상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전략가 마크 카버나는 기자회견 내용이 파월 의장이 하원 청문회에서 언급한 것과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CNBC는 일부 투자자들은 경제전망이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연준이 당초 예상됐던 금리 일곱 차례 인상을 모두 단행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BoA의 카버나는 올해 연준이 금리를 다섯 차례 올리고 내년에는 4회 예상했다. 또 연준이 2024년에는 금리를 1회 인상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이번 주를 포함해 올해 FOMC 회의를 일곱 차례 남겨놓고 있다.
한편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고물가에 비상이 걸리면서 통화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10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3·4분기에 채권매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보다 앞서 캐나다중앙은행도 3년 만에 주요 7개국(G7) 중 영국 다음으로 기준금리를 0.5%로 0.25%p 인상했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에 금리를 인상한 영국 중앙은행도 오는 1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로 0.25%p 인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