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세운 '브라이언임팩트' 재단 홈페이지. 사진=뉴시스
테니스 라켓으로 공을 딱 치는 순간을 임팩트(Impact)라 한다. 우리말로 충돌, 충격으로 옮기는 게 보통이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선한 투자를 말한다. 수익이 목표는 아니지만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벌면 금상첨화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3월 미국 슈퍼리치 빌 게이츠가 주도하는 '더 기빙 플레지' 회원으로 가입했다. 재산의 절반을 좋은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6월 브라이언임팩트(Brian Impact Foundation)를 출범시켰다. 브라이언은 김 의장이 사내에서 쓰는 영어 이름이다.
브라이언임팩트 재단이 지난주 사회혁신조직 6곳을 골라 모두 1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발표했다. 면면을 보면 환경, 위기 청소년, 아동, 여성, 인권, 학교폭력 예방 등이다. 재단이 지향하는 바가 잘 드러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기업인, 이런 재단을 볼 수 있어서 반갑다. 회삿돈이 아니라 사재를 털어서 하는 일이라 더 의미가 크다.
미국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부자들이 잉여소득을 책임감 있고 사려 깊은 방식으로 공동체를 위해 써야 한다고 믿었다(에세이 '부의 복음'). 여기서 카네기재단이 나왔다. 재단은 지금도 카네기의 이름을 드높인다. 게이츠는 컴퓨터 도사에서 인류 보건을 위해 싸우는 투사로 변신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게이츠는 자타공인 백신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은 오랜 역사에 걸맞게 재단도 여럿이다. 자손들이 대를 이어가며 자기 이름을 딴 재단을 줄줄이 세웠다. 가장 크고 오래된 크누트 앤 앨리스 재단은 1917년 출범했다. 주로 의학과 혁신기술, 자연과학 분야를 지원한다.
발렌베리는 후손 중 능력이 있으면 경영에 참여하고, 아니면 재단 일만 돌보는 게 전통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팍팍하다. 부자들은 돈만 안다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브라이언임팩트가 깊이 뿌리를 내려 나중에 브라이언주니어임팩트까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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