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완화에 학부모 찬반 팽팽
백신 미접종 학생 많아 확산 우려
가족 등 동거인이 코로나19에 확진돼도 학생은 등교가 가능해진 14일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서 우산을 쓴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교육 현장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거가족 중 확진자가 발생한 학생도 백신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등교가 가능케 되자 '숨은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어린 학생들 중 중증 환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학교 불안" vs "언제까지 원격수업"
1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유·초·중등 및 특수학교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지침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동거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도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등교할 수 있게 됐다.
하루 30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교육 현장의 방역지침이 되려 완화되자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백신 접종률이 여전히 높지 않은 데다가,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역 변수도 많아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윤모씨(42)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에 가깝다고 하는데 한 달 정도는 학교를 쉬는 게 안전하지 않나 싶다"라며 "어린아이 두 명만 있어도 통제하기 어려운데 한 학급은 어떻겠나.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30대 중등교사 신모씨는 "동거가족 중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등교한 학생은 학급에서 차별이나 소외의 대상이 되기 쉽다"며 "안전도 보장되지 않고 가이드라인도 허술한데 무작정 등교시키는게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같은 등교방침에 대해 긍정적인 학부모들도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안정기를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 교육의 질을 후퇴시켜선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가정환경에 따라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상황에선 학교의 돌봄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씨(47)는 "코로나19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아이에게 원격교육만 시킬 순 없다"며 "요즘 같은 세상에 안전한 곳이 어디있나. 직장인도 출근하는데 학생에게만 집에 있을 것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은희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대표는 "맞벌이 등 여러 이유로 등교를 바라는 학부모가 많다"며 "학교라는 공간이 사회적 기능을 하는데 집에만 있으면 교과서 공부밖에 할 수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실상 코로나19를 안고가는 분위기라면 아이들도 학교를 가는게 맞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증가하는 18세 이하 확진자
보건복지부의 주간방역지침 동향에 따르면 최근 18세 이하 연령대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6~12일 18세 이하 확진자는 하루 평균 7만2605명으로, 1주전과 비교해 2만3694명(48.4%)이 늘었다. 전체 확진자 중 18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25.5%로 20%를 유지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등교를 고수하는 수업방침이 방역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에 대한 정부의 대응 체계가 지속적으로 완화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의아하게 느껴지진 않는다"며 "학교 내 감염이 심하고 어린 아이들은 백신도 맞지 않았는데, 등교기준까지 낮추면 확산세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오미크론을 경험한 유럽 국가들의 유행추이를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어린이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며 "독일의 경우 전체 확진자의 60%가 10대 이하인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행이 커질수록 학생 사이 중증환자는 늘고 사망하는 사례도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나이가 어릴수록 중증도가 낮을 거라고 낙관해선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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